[매일춘추] 文靑들에게 보내는 편지

장정옥 소설가

장정옥 소설가 장정옥 소설가

소설이 쓰고 싶다는 분을 더러 만납니다. 꼭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요. 소설이 무엇일까요? 소설은 인간의 본성 깊숙이 적재된 상처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듯이 풀어내는 것입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하고 싶은 욕구와 같은 억압된 초자아와 대면하게 해서 카타르시스를 행하게 만드는 그것이 소설입니다. 소설로 형상화된 초자아는 이드가 용납하지 않는 충돌을 도덕적으로 이끌고 자아를 컨트롤하며 대리만족을 끌어냅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첫 소설은 '자아 찾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얘기를 쓰든지 자기검열을 접어두고 마침표 찍을 때까지 자아가 나아가는 대로 따라가세요. 누가 주인공이 되든지 소설 속의 인물은 하나의 시점에 불과해요. 소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개인 중심의 글이 되거나 시대정신을 담은 글로 변모해요.

오르한 파묵은 소설이 하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했어요. '그림과 관련된 세밀화가에 관한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와 같이 '무엇을 쓸까?' 하는 글감이 주어지면 '어떻게 쓸까?' 하는 구성이 시작되어요. 인물, 사건, 배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 줄로 엮는 과정에서 소설의 가독성이 주어지죠. 이야기는 단순한 시간의 나열이 아니라 인과관계로 밀집되는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에요. 인물의 움직임과 서사의 흐름에는 반드시 합당한 동기가 주어져야 해요. 소설에는 우연이 없고 오로지 합리성과 필연성이 있을 뿐이니.

이제 곧 신춘시즌이에요. 문청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며 매일춘추를 마감할까 해요. 신춘문예에 소설을 응모할 때 오타와 띄어쓰기, 단락구분 같은 기본기를 꼼꼼하게 살피고, 글씨체는 신명조나 바탕체 11포인트로 출력하는 것이 좋겠어요. 응모작 중에 단락과 단락 사이를 한 줄씩 띄운다거나 단락을 아예 무시한 작품, 원고 분량이 모자라거나 두툼하게 원고지를 묶은 소설까지 다양한 형식이 눈에 띕니다. 반듯하고 짜임새 있는 A4용지 출력에, 표지까지 입히는 정성도 작품의 격을 높이는 부분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소설은 서두가 가장 중요해요. 서두에 주제의식이 담겨 있는지, 문장은 깔끔하게 정서되어 있는지 거듭해서 살피고, 첫 페이지가 넘어가도록 인물이나 스토리의 움직임이 없으면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단편소설은 압축의 미학을 높이 사는 장르란 걸 기억하고, 소설 속의 모든 에피소드와 소도구가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해요. 간결한 대화, 늘어지는 묘사, 서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고형식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장정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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