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지금 9월의 대구는 공연의 도시 답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예술제, 대구음악제를 비롯해 수많은 공연들이 대구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필자는 며칠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일환인 소극장 오페라 '등꽃나무 아래서'라는 작품의 연출자로 참여 했었다.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12세때 작곡한 소박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오페라(Bastien und Bastienne)를 17세기 코르시아카섬 바스티아 마을에서 대구 청라언덕으로 무대를 옮기고 독일어로 된 음악을 우리말로 번안하고 각색하여 실제 청라언덕에 있는 등꽃나무 아래에서 공연된 야외 오페라였다.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모짜르트의 천재성과 이곡에 넘치는 재치와 발랄함과 아름다운 멜로디에 지역색이 짙은 사투리와 지명, 그리고 한번쯤 들어본 주인공들의 이름, 과장된 연기 등은 대부분의 오페라가 가지는 큰 고난이나 역경, 짜여진 구성을 대신하여 즉흥적 상황극과 작은 웃음 포인트들로 단장하여 다소 뻔해 보일 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어 관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려 했었다. 다행히도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으며 오페라를 잘 접하지 못한 분들도 "야 오페라도 재밌는데"라며 흥겨운 마음으로 야외 공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오늘도 하나를 끝냈구나"라고 중얼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배우들에게 "고생했어요"라고 인사를 한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청라언덕을 빠져 나왔다.

나는 연출가이다. 연출은 흰종이 위에 새겨진 활자들을 모든 메카니즘과 등장인물을 동원해 구현해 내는 보이지 않는 창작자이다.

현 시대의 공연예술에 있어서 연출은 작품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지만 그만큼 작품 완성도에 대한 책임도 상당부분 따른다. 그런 스트레스와 책임감 때문에 새로운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날때마다 그것에 대한 해석과 표현의 방법 그리고 관객의 이해를 돕기위한 여러 수단들이 연출에 의해서 진행되지만 그 결과물은 예측할 수 없기에 공연시에는 제3의 눈으로, 또 다른 관객의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자기의 상상과 무대위의 구현이 일치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맞아 떨어지고 관객이 반응할 때 연출은 객석 어딘가에 숨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오늘 이런 노랫말가 생각난다. "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아무도 없는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공연이 끝나도 나는 객석에서 다음 관객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다음 공연을 준비 하련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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