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배우의 논문

김동훈 연극배우

김동훈 연극배우 김동훈 연극배우

대학원에 진학한 목적은 세 가지였다. 첫째. 연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둘째. 훌륭한 스승에 대한 갈증, 마지막 세 번째로는 같은 길을 걷는 동지들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고 싶었다. 학교생활을 되짚어보면 이러한 목적들을 일부 이루었으나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석사과정의 졸업을 위한 피날레, 논문이었다.

대학원의 꽃은 학위 논문이다. 논문은 전문성을 갖춘 논리적 근거와 객관성을 통한 주장과 설득의 글이기에 독자의 초점은 그 분야의 종사자나 학문적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문 단어를 구사하여 구체적으로 저자의 견해를 개념화한다. 특히 예술에서의 개념화는 작품 감상과 체험에 머무는 감각적 사유를 글이라는 수단으로 전문화시켜 나가기에 더욱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작품을 감상하는 수용자의 입장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신만의 경험을 "좋았다." "아름답다." 등의 비교적 간략한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격의 논문은 현장에서 배우로 활동을 하는 나에게 현실적 괴리감을 느끼게 하였다. 현장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수용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하나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논문을 통해 현장에서의 예술과 이론의 영역을 융합하여 제작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였으므로 이러한 괴리는 논문작성에 있어 큰 어려움이었다.

비록 논문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였다. 논문을 만나기 전에는 연극 전공에만 국한된 학습을 해왔다면, 논문을 통해서는 연극 이외의 인문, 철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가 예술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모든 예술세계는 당대의 사회와 환경 등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예술작품을 다각도에서 수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더구나 창작자의 관점에서도 저변을 높일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전에는 배우의 역할에만 집중했다면, 논문 이후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그에 따라 장면들을 어떻게 구성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도 알게 되었다.

한 작품의 연출방식을 면밀히 연구하며 동시대의 관객과 소통하는 형식들, 고전작품의 현대적 해석을 논문에 담는 작업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또한 배우로서 관객과 어떤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 연출자를 포함한 다른 창작자들은 각자 자리에서 무엇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또 다른 연극제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연구는 한국연극예술 발전에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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