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댐물식수는 헌법적 권리다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대한민국에 1등 국민, 2등 국민이 있을 수 없다. 서울 사람은 댐물 마시고 대구 사람은 강물 마셔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이다.

댐물 식수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댐물은 댐물이고 강물은 강물일 뿐이다. 정수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다. 안전한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권, 나아가 헌법상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해당한다.

한 사회가 가치의 우선권을 어디에 두느냐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농업국가 시대에는 농업용수가, 산업화 시대에는 공업용수가 우선권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70여 년간의 개발연대를 지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1991년 페놀 사고 이후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수질오염 사고로 대구 시민들은 수돗물을 믿지 않고 있다. 약수터로, 생수로, 정수기로 시민들 스스로 깨끗한 물을 찾아 나서고 있지 않은가. 그 비용은 고스란히 개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이는 더 큰 불평등을 야기한다. 한강과 낙동강은 수계법의 명칭부터가 다르다. 한강 수계법은 상수원 수질 개선, 낙동강 수계법은 물 관리로 시작되는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강의 수질 차이로 귀결된다.

한강은 서울의 상수원인 팔당댐 상류 북한강과 남한강 일대까지를 수변 구역으로 묶어 1급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낙동강 또한 상수원인 댐의 상류 지역은 수변 구역으로 묶어 수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낙동강 본류에는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폐수에 농업용 비료까지 흘러들어 섞여서 흐른다. 그런 물을 중·하류 지역에서는 수돗물 원수로 쓰고 있다. 오폐수의 처리 기준이 있다고 하지만, 그 물로 만든 수돗물의 수질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치 요리에서 식재료의 차이가 맛의 질적 차이를 내듯이.

그래서 선진국에선 가능한 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물을 수돗물 원수로 쓴다. 상수원과 오폐수의 배수로를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800년대 런던과 시카고는 상수원 오염으로 콜레라, 장티푸스가 발병하여 수만 명이 희생된 후 근본적인 처방을 했다.

런던은 템스강의 취수원을 지류인 리강으로 옮겼고, 시카고는 미시간호를 상수원으로만 쓰기로 했다. 운하를 파서 시카고강의 물길을 거꾸로 돌려 오폐수는 미시시피강으로 버리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

원칙이 없으니 대구의 취수원 이전이 10년이 되도록 답보 상태다. 안동댐도 아니고 구미 상류 이전인데도, 현실은 그렇다. 환경부의 주장대로 구미 산업단지에 기술적 한계가 분명한 무방류 시스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대구의 취수장은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미봉책이 아니라 댐물 식수의 원칙부터 세우라. 국격에 맞게 먹는 물에 물 이용의 우선권을 확고하게 하자. 댐물 식수는 헌법적 기본권이라는 대원칙부터 밝혀야 상하류 지역 간 상생의 지혜도 가닥이 잡힌다. 큰 지도자, 살아 있는 리더십이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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