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환경의 공습

천영애 시인

천영애 시인 천영애 시인

물을 사먹게 되었을 때 머지 않아 공기도 사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다. 공기야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 흔하디 흔한게 공기이고, 도대체 공기를 어떻게 사 쓸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공기를 사서 쓰고 있다. 미세먼지가 대기를 강타하면서 공기청정기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외보다는 공기청정기가 있는 실내를 더 선호하게 되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현상은 봄에 더 심하니 춥고 지루한 겨울을 견디고 맞이하는 봄치고는 잔인한 봄이다.

공기가 부족해서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공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사서 쓰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예전에도 황사라고 해서 봄이면 흐린 날들이 지속되곤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처음 미세먼지를 제대로 실감한 날은 서울에 갔을 때였다. 서울에 들어서자 한강변이 흐릿했다.무슨 안개가 오후까지 이렇게 짙은가 싶어서 처음에는 오히려 그 풍경을 즐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그것이 미세먼지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막힐 것 같아 부랴부랴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 역시 서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일이 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엄청난 것은 그 미세먼지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라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한 국가가 아무리 애쓴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니 국민들이야 속수무책으로 견디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문명의 수준은 올라갔을지 모르나 인간이 근본적으로 기대고 살아야 하는 환경의 질이 떨어지면서 삶의 질도 하락하고 있다. 물을 사먹은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이제 공기까지 사서 쓰는 시대가 되었으니 과연 문명의 발달만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인간은 자연과 떨어져 살 수가 없다. 자연은 인간이 기대고 살아가야 하는 근원적인 터전과 같은 것이어서 자연이 건강을 잃으면 인간 역시 건강해질 수 없다. 아무리 의학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도 자연의 공습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이유이기도 하다. 맑은 공기를 위해서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들을 포기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천영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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