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불을 훔친 욕망

프리랜서작가 권미강 프리랜서작가 권미강

언제부턴가 새해의 시작점이 되면 전 세계 주요 도시가 불꽃을 터트린다. 새해를 자축하는 인간들의 불꽃놀이는 불을 훔쳐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이는 형벌을 당한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감사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로 인해 인간들은 문명을 밝히고 문화적으로 살아가니까. 프로메테우스가 무서운 형벌을 견디며 인간들에게 문화의 시대를 열어줬으나 인간들은 과연 문화적으로 살아가는가? 오히려 불을 훔치게 한 욕망이 DNA 안에 내재돼 있는 건 아닌가?

새해가 되면 기대하는 것들도 많아진다. 그것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한 정의로운 것이든 각자의 입장에서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매년 지내봐도 쉽지는 않다. 올해는 기해년 황금돼지띠가 주는 상징성이 있음에도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암울하다. 새해부터 기초 자치단체 군의원이 캐나다까지 날아가 가이드 폭행까지 하는 추태를 부렸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여야도 여전히 서로 다른 이전투구로 국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소환과 법조인의 사법처리 문제도 앞두고 있다. 컬링에 이어 대한민국 체육계의 민낯을 드러낸 또 하나의 사실이 쇼트트랙에서 드러났다. 모두가 욕망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올해는 돼지도 그냥 돼지가 아닌 황금돼지해다. '황금'은 물질적인 의미도 있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행운과 복을 부르는 동물과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진 기해년에 우린 무엇으로 살 것인가? 숫자 '1'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충족돼 있는데 우린 어쩌면 불을 훔친 욕망에만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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