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레시피] 환자 뇌와 연결된 로봇팔

컴퓨터 시스템과 인간의 뇌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매트릭스 시스템. 영화 매트릭스 캡처 컴퓨터 시스템과 인간의 뇌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매트릭스 시스템. 영화 매트릭스 캡처

키아누 리브스가 슬로우 모션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멋있었던 영화, 매트릭스. 이 영화는 1999년에 개봉되어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지배하는 2199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매트릭스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1999년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평생 가상현실 속에 갇혀서 인공지능의 통제를 받으며 산다. 일부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깨닫고 진정한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다. 그들은 자신의 뇌에 광케이블을 꽂아서 가상세계인 매트릭스 속으로 침투하며 자기 뇌 세포에 매트릭스의 여러 데이터를 입력한다. 이 영화처럼 우리 뇌에 광케이블을 꽂아서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을까? 이런 말도 안되는 것 같은 기술을 실제로 개발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리고 진짜 만들었다. 그들이 어떤 것을 만들고 있는지 개발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로봇팔을 가진 장애인 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척수가 손상된 환자인 나단 코프랜드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이때 오바마 대통령이 악수한 나단의 손은 보통 사람의 손이 아니라 나단의 뇌와 연결된 로봇팔이었다. 이 일이 2016년 10월에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열린 백악관 프런티어스 컨퍼런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단의 로봇 팔과 악수한 후에 진짜 사람과 악수하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실 나단은 12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그런데 피츠버그대학교 신경생물학과 앤드류 슈워츠 교수 연구팀의 도움으로 로봇팔을 갖게 되었다. 이 연구팀은 나단의 뇌에 작은 칩을 이식해서 뇌의 신호를 읽어서 컴퓨터로 보낸 후 신호분석을 거쳐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했다. 이렇게 나단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갖게 되어서 혼자서 로봇 손으로 물건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뇌-컴퓨터 연결

환자의 뇌와 로봇팔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뇌와 컴퓨터를 먼저 연결해야 된다. 그런 다음에 컴퓨터를 통해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제어한다. 이처럼 사람의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마음-기계 인터페이스(Mind-Machine Interface) 등으로 불리며 세계 여러 연구팀에서 개발 중에 있다.

야스카와사의 항암조제 로봇(국제의료기기 전시회). 야스카와사의 항암조제 로봇(국제의료기기 전시회).

사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는 무척 어렵다. 신경과학, 의학,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재료공학 등 많은 분야가 유기적으로 손잡고 협력해야 개발이 가능한 분야다. 우선 뇌의 신호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뇌세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뇌의 신호를 읽기 위한 마이크로 전극도 만들어야 하고 뇌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꿔서 컴퓨터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컴퓨터로 들어온 신호를 분석하여 해석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후 로봇팔을 컴퓨터와 연결하여 뇌신호 분석결과에 따라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공학적 기술도 필요하다. 이처럼 최첨단과학의 핵심기술들이 집결하여 만들어가는 연구분야다.

◆뇌에 심겨진 작은 칩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로봇팔을 움직이려면 먼저 뇌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뇌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비침습형과 침습형으로 구분된다. 비침습형 방법은 머리 피부 표면에 전극을 붙여서 뇌 신호를 읽는 방법이다. 그리고 침습형 방법은 뇌수술을 해서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뇌에 직접 꽂아서 뇌 신호를 읽는 방법이다. 비침습형 방법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방법이지만 측정되는 뇌신호가 너무 약하고 잡음이 심하다. 그래서 환자의 뇌의 신호를 읽어서 로봇팔을 움직이는 연구에서는 뇌에 직접 작은 마이크로칩을 심어서 뇌신호를 읽는 침습형 방법을 사용한다. 이 침습형 방법은 1998년에 미국 에모리대학교의 필립 케네디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필립 케네디 교수 연구팀이 목 밑으로 마비된 뇌졸중 환자의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작은 칩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로봇과 사람(프랑스 라빌레트 과학산업관) 로봇과 사람(프랑스 라빌레트 과학산업관)
팔의 관절 움직임 감지 장치(프랑스). 팔의 관절 움직임 감지 장치(프랑스).

◆뇌-기계 연결 프로젝트

사람의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를 비롯한 세계 여러 연구팀에서 진행되고 있다. 피츠버그대학교의 앤드류 슈워츠 교수 연구팀은 2008년에 원숭이의 뇌에 작은 칩을 꽂아서 로봇팔을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실제 환자의 뇌와 로봇팔을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팀은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한 후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을 2012년에 성공했다. 그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서 로봇손에 잡고 있던 초콜렛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서 먹는 감동적인 순간이 영상으로 촬영되어 2012년에 보도되었다. 이 환자는 무려 16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초콜렛을 입으로 가져와서 먹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연구가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도 진행되었다. 작은 96개의 전극을 마비 환자의 뇌에 삽입한 후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하여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2012년에 브라운대학교 연구팀도 성공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에 세상을 바꿔놓을 10대 혁신 기술을 2017년 3월에 발표했다. 이 10대 기술 중 하나로서 '마비 역전기술(Reversing Paralysis)'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마비 환자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하여 뇌의 신호를 손과 발에 직접 전달해서 움직이는 뇌-기계 연결 기술이다. 이러한 뇌-기계 연결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마비환자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가지고 장애를 극복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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