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춘추칼럼] 2030시대의 등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이번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큰 특징은 2030세대의 등장이다. 과거 선거에서 스윙보터로 중도층의 영향은 많이 봐 왔지만, 2030세대의 영향은 조금 낯설다. 과거에도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1980년대와 90년대 2030세대인 386세대와 X세대다. 당시는 2030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고, 유권자 구성 비율에서 50% 이상을 차지한 반면 40대는 2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2030세대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든다.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 구성 비중이 줄어서다. 2000년대 들어 50%대 이하로 감소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또 정치적으로도 무관심해 투표율이 낮았다. 반면 40대의 구성비는 20%대로 늘어난다. 그러자 40대는 40%대를 차지하는 당시 2030세대와 30%대의 50대 이상 세대의 중간 위치에서 선거판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터의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40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스윙보터로 2030세대가 부각되고 있다. 그럼 왜 다시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는가? 2030세대의 유권자 비중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줄었다. 35% 선도 무너졌다. 유권자 수가 더 줄었는데도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은 2030세대의 높은 정치 참여율과 정치 성향에서 40대와 다른 유동성 때문이다.

그럼 왜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졌는가? 그 이유는 2030세대가 처한 구조화된 저성장시대 때문이다. 이들은 IMF 이후 세대로 성장기부터 취업 등 사회 진출을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가서도 스펙부터 쌓았다. 그리고 사회에 나오면서 정치권에 많은 일자리와 공정한 경쟁 관리를 요구했다. 이러한 공정이 정치적으로 폭발한 것이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정유라 사건이며 이를 계기로 2030세대의 정치적 관심과 투표율이 급속히 높아졌다.

투표율뿐 아니라 투표 성향도 바뀌고 있다. 과거 2030세대인 1980년대 386세대뿐 아니라 그 후배인 1990년대 대학을 다닌 X세대는 선배의 영향을 받아 이념 성향이 강했다. 당시 이념성의 핵심은 역사적으로는 남북한 정통성 논쟁, 경제적으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대응, 정치적으로는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즉 제국주의론으로 전개됐다. 대체로 자유주의적 경쟁을 비판적으로 봤으며 평등을 요구했다. 이런 이념성으로 인해 40대의 표심은 진보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러다 보니 표심에서 유동성이 부족해 스윙보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유권자 수도 20%가 되지 않아 캐스팅보터 역할도 못 한다.

반면 IMF와 2000년대 이후 대학을 다닌 2030세대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스펙을 쌓으며 일찍이 사회 진출을 준비했다. 정치사회 의식에 있어 선배보다는 대졸인 부모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다국적화와 월드컵 4강 등을 경험하면서 경쟁의 수용과 남북 역사의 정통성, 미국에 대한 인식 등에서 40대와 성향을 달리했다. 그러다 보니 2030세대는 탈이념성 특징을 갖고, 선거에서 이념적 프레임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경쟁의 공정성을 요구할 뿐 아니라 다양성과 공동체적, 개인의 행복 추구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나 이념의 고정층이 되지 않는다.

2030세대는 한때 40대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보였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그러했다. 그러나 19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한 40대와 달리 20대는 이재명을 더 지지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19대 대선과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 등에서는 40대와 비슷한 투표 성향을 나타냈다가 이번 재보궐선거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 즉 2030세대는 진보의 고정층인 40대와 달리 스윙보터의 모습을 보인다.

매년 2030세대가 60만 명 이상 늘어나고, 고연령층이 40만 명 이상 사망하면서 한 해에만 100만 명 전후의 유권자 변동이 진행된다. 그럴수록 2030세대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2030세대는 더 이상 단순히 경험치가 부족하다고 이용할 수 있는 세대도, 정치적 영향력이 적어 무시할 수 있는 세대도 아니다. 2030세대의 등장은 정치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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