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 갓, 저 갓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갓은 옛날 남자가 어른이 된 증거로 머리에 썼다. 그러나 아직도 갓을 보면 신분제 사회 조선을 떠올리기 일쑤이다. 바로 이런 갓이 최근 잇따라 언론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한번은 지난 4일 안동의 호계서원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등장한 갓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6일에는 미국 뉴저지주의 북부 도시인 테너플라이시 시청사에서 개최된 행사에서의 갓이었다.

안동에서는, 옛날 조선의 서원을 지난해 11월 새롭게 복원한 뒤 옛 유학자를 모시고 기리는 첫 향사례에 참석한 두루마기 차림의 유림(儒林)이 머리에 쓴 갓이 등장했다. 다른 하나는,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 테너플라이시의 마크 진너 시장이 한국인 남녀 학생들과 함께 한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에 나오는 갓이다. 그런데 이틀 사이 언론에 등장한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 등장한 갓은 한복과 함께 한국 전통의 한 상징과도 같다. 시장이 갓을 쓴 까닭은 해마다 10월 21일을 '한복의 날'로 선포하기 위해서였다. 한복의 날 선포는 중국이 한복을 중국의 전통 옷이라고 억지를 부리자 현지 한국계 고교생들이 미국 정치인들에게 한복의 날 제정을 요청하는 글을 보냈고, 진너 시장이 처음으로 이를 받아들인 때문이었다. 그가 한복에 어울릴 만한 갓을 쓰고 한복의 날까지 공식 선포했으니 갓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런데 이와 달리 안동에서 갓과 두루마기 차림의 유림들이 연 이날 행사에서는 옛 조선의 유학자를 모시고 기리는 일에 이의를 제기한 또 다른 유림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고 한다. 가뜩이나 일제에 망한 조선의 역사에서 옛날의 낡은 유림에 대한 나쁜 인상이 남아 있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이날 유림 행사에서 불거진 불상사는 두루마기에 갓을 쓴 유림을 오해하지 않을까 안타깝다.

안동의 갓 쓴 유림 사진과 그날 행사에 얽힌 씁쓸한 사연과 달리, 한국계 남녀 학생들과 어울려 한복을 입고 한복의 날로 선포한 갓 쓴 미국인 시장의 모습은 돋보인다. 1882년 미국과 수교 뒤 1883년 민영익을 대표로 한 8명의 조선의 보빙(報聘) 사절단이 처음 미국 방문길에 나서며 쓴 갓을 미국 시장이 공식 행사장에 쓰고 나왔으니 130여 년의 세월을 두고 다시 등장한 두 갓을 보면 그들 감회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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