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맹견에게 공격당한 개(맹견책임배상보험)

착한 진주(진도·17kg)가 심하게 다쳐서 내원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도착한 진주는 출혈 과다로 혈압이 떨어져 있었고 몸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앞다리 양쪽이 너덜거릴 정도로 짓이겨져 있었으며 개의 송곳니 자국들이 여러 군데 뚫려있었다. 이런 상처는 맹견에 의해 집요하게 물린 상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귀여운 핏불테리어 강아지도 맹견으로 분류된다. 자랄수록 호전적인 경비견 특유의 기질이 나타난다. 우직하고 용맹스러운 개를 키우겠다는 견주들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입양 전에 충분히 고민해야 하며, 입양했다면 사고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21년 2월 12일부터 맹견 소유자는 '맹견 소유자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되었다. 픽사베이
귀여운 핏불테리어 강아지도 맹견으로 분류된다. 자랄수록 호전적인 경비견 특유의 기질이 나타난다. 우직하고 용맹스러운 개를 키우겠다는 견주들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입양 전에 충분히 고민해야 하며, 입양했다면 사고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21년 2월 12일부터 맹견 소유자는 '맹견 소유자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되었다. 픽사베이

응급 처치가 진행되었고 진주가 안정을 찾고서야 보호자로부터 사고 당시 상황들을 들을 수 있었다.

사고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 마리 반려견, 진주와 보리(잉글리쉬 쉽독·10살·35kg)를 데리고 산책하는 와중에 발생했다. 어디선가 맹견(핏불테리어 교잡종)이 달려와 진주를 먼저 공격했다. 맹견은 말리려는 할아버지에게도 달려들려 했지만 다행히 보리 뒤에 숨으셨다고 하셨다. 보리도 맹견에게 여기저기 물렸지만 큰 덩치 덕분에 다행히 심각한 상처는 입지 않았다.

핏불테리어처럼 강한 턱 힘을 가진 맹견에 의한 교상은 근육과 인대가 거의 파열 되다시피 한다. 강한 턱 힘으로 물고는 세차게 흔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맹수가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본능이다.

얼마 뒤 가족분들이 내원하셨고,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신하여 큰 화를 당한 진주를 무척이나 대견스러워하시면서도 안타까워하셨다. 모두의 바람 덕분인지 며칠 뒤 진주는 걷기 시작했다.

사고를 낸 맹견은 사고 현장 인근 주택에서 길러지고 있었다. 철망 펜스가 처져 있었지만 목줄은 착용하지 않고 있었으며, 당시 현장에는 펜스 아래로 흙구덩이가 깊게 파여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맹견의 견주는 며칠 동안 개를 살펴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맹견이 자유롭게 동네를 배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맹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견주는 고발 조치되었다.

맹견에 대한 위험성은 이미 수없이 경고되었다. 맹견에게 사람이 물려 사망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맹견에 의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맹견을 키우는 견주들의 경각심 부족에 있다.

진주를 공격한 맹견은 핏불테리어보다는 체형이 작은 교잡종이었지만 교상으로 인한 상처는 여전히 치명적이었다. 체형이 왜소한 진돗개 수준의 진주를 쉽게 죽일 수 있는 살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고 견의 견주는 자신이 없는 동안 돌발적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항변하겠지만, 맹견을 입양한 순간부터 맹견으로 인한 사고의 모든 책임은 견주에게 있음을 명심했어야 했다. 특히 법으로 명시한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도 감내해야 한다. 민사상의 보상 책임도 개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보호자와 산책 중 맹견(핏불테리어 교잡종)에게 공격받고 심각한 외상과 과 출혈로 내원한 진주는 응급처치 후 압박붕대를 했음에도 교상으로 근육이 짓이겨진 앞다리에서 상당 기간 출혈이 지속되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보호자와 산책 중 맹견(핏불테리어 교잡종)에게 공격받고 심각한 외상과 과 출혈로 내원한 진주는 응급처치 후 압박붕대를 했음에도 교상으로 근육이 짓이겨진 앞다리에서 상당 기간 출혈이 지속되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2021년 2월 12일부터 맹견 소유자는 맹견으로 인한 물림 사고가 발생 시 원활한 배상을 위해 '맹견 소유자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도록 의무화되었다.

동물보호법상에 명시된 맹견은 1.도사견 2.아메리카 핏불테리어 3.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 4.롯드와일러 5.스태퍼드셔 불테리어와 그 교잡종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직하고 용맹스러운 개를 키우겠다는 견주들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입양 전에 충분히 고민해야 하며, 입양했다면 사고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상에 규정된 맹견이 아니더라도 공격 성향이 강하거나, 사냥 본능이 뛰어나거나, 낯선 사람들을 위협하는 경향이 있는 대형견을 돌보는 견주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펫티켓을 소개한다.

1. 반려견 동물 등록을 한다.

2. 맹견 소유자 배상책임보험(보험료 년 15,000원 정도)에 가입한다.

3. 산책 시 짧고 튼튼한 목줄과 마스크를 착용한다.

4. 산책 시 통제가 가능한 건강한 성인이 동행한다.

5. 산책 시 소형 반려견 또는 길고양이와의 접촉을 피해준다.

6. 실외 견사는 이중 잠금문 장치가 필요하며 견사 내에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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