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하찮은 아이디어는 없다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크게 될 작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하는 하찮은 안목만이 있을 뿐'. '2019 기업가 정신 실태조사'에서 대구경북 청년들의 창업 의지가 전국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구경북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처음으로 던진 구호이다.

이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운영하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할 때 하곤 했던 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작은 아이디어도, 도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혁신 아이디어로 진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여기 교훈이 되는 몇 가지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보려 한다.

C랩 과제를 선정할 때 있었던 일이다. 3D 프린팅 산업 육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던 때였는데, '음식을 프린팅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푸드 프린터'를 과제로 도전한 팀이 있었다.

불과 2주 만에 만들어낸 푸드 프린터 프로토타입 카트리지를 통해 나오던 피자 반죽을 처음 봤을 때의 생경함이란! 누구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하고 생소한 아이디어였지만 '누가 프린팅된 음식을 먹겠어?' '시장의 수요가 있겠어?'라는 회의적인 평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그 아이디어는 최종 과제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13년,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식 개발을 위해 3D 푸드 프린터 분야에 12만5천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NASA는 푸드 프린터로 만들어낸 음식은 폐기물이 없다는 점, 고체 형태의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우주인들의 저작 운동과 위장관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점, 필수 영양 성분을 쉽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푸드 프린터 분야에 관심과 투자가 증가했고, 이를 시작으로 푸드 프린터는 미래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을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로 평가되기 시작해, 현재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10대 유망 기술로 지정되는 등 촉망받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지난 2013년, 직접 끌지 않아도 주인을 인식해 따라오는 캐리어 제작을 목표로 C랩에 선정되었던 아이디어가 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겨울 왕국의 눈사람 모형에, 소형 UWB 레이더를 장착해 연동된 휴대폰을 졸졸 따라오게 만든 모델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 생소하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 신선한 아이디어는 초기 기술 구현 및 비즈니스 미팅까지 추진되었지만, '과연 그게 되겠어?'라는 다수의 부정적 평가들에 결국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4년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와의 거리를 감지해 이동하는 데 성공한 스마트 캐리어가 해외에서 처음 출시됐다. 크게 될 기회를 놓친 작은 아이디어는 이후 스마트 캐리어, 자율주행 캐리어, 로봇 캐리어 등의 이름으로 AI(인공지능) 센서, GPS(위성항법장치) 등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 고도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오프라 윈프리, 제시카 알바, 토리 버치 등 유명 셀럽들이 앞다투어 구매하며 대기 명단에 1만 명 이상을 올릴 만큼 주목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위의 사례들이 주는 교훈은 처음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라도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격려하며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초의 자동차는 시속 5㎞/h의 속도로 경쟁 상대인 마차보다도 느렸고, 라이트 형제가 만든 최초의 비행기 플라이어호는 고작 12초에 40m를 비행했다.

이들의 시작은 비록 형편없었지만 그 시작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 현재와 같은 눈부신 발전은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창업의 시작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아이디어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창업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찮은 아이디어란 없다. 숨은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하찮은 안목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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