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대의 우리나라 고사성어]포산조응(捕山沠鷹)

'포산(捕山)'은 산을 잡아들이는 것이고, '조응(沠鷹)'은 매를 붙잡는다는 뜻이다. 예로 소가 밭에 자라는 보리 싹을 먹었다면 그 주인을 찾아 해결하듯, 산으로 도망간 매를 산을 잡아들여 해결한다는 '국조인물고'에 전한다.

박문수(朴文秀1669~1756)는 호가 기은(耆隱)이고 암행어사로 눈부신 행적을 남겼는데, 군정(軍政)과 세정(稅政)에도 밝아 국정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암행어사의 유명한 업적은 그만큼 백성들의 질고를 살피고 방백들의 횡포를 올바로 평정한 공이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붙잡아 꽃피운 일화다. 1730년 도승지로 있다가 왕명을 받아 암행어사로 전라도를 순시할 때 벌어진 일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데 어느 마을의 서당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하루 밤 묵을까하고 서당에 들렀는데 훈장은 자리를 비우고 글 읽는 학동(學童)들만 있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룻밤 머물 수 있을까하고 찾았는데 어른이 안 계시는 구나! 해는 지고 어떡하면 좋을까."

그러자 한 학동이 말했다.

"이 공부방 말고 딸린 사랑채도 있는데 주무시고 가시죠?"

기은은 못이긴 척 앉아 있는데 서당 아이들이 여름인지라 문을 열어 놓고 개구리 울듯 어울려 책을 읽었다. 한참 소리 내어 읽다가 한 학동이 글을 이만큼 읽었으니 쉬자고 말했다. 그 말에 책을 덮고 썰물 빠지듯 마당으로 나가더니 한 아이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 수령과 감사놀이나 하며 놀자."

그러자 한 아이가 대뜸 짚으로 만든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말했다.

"내가 수령이니까 여기에 앉는다."

그러자 한 아이가 수령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며 했다.

"저기 하늘에 떼 지어 나는 까마귀 중 어느 놈이 수놈인지 말하시오."

"으음, 날아오를 때 먼저 날아오르는 놈이 수놈이요, 뒤따라 날아가는 놈이 암놈이다."

기은은 제법 신통하다고 생각하며 듣고 있으려니 긴한 송사가 있다며 한 아이가 엎드리며 말했다.

"제가 매를 잡아서 그 매로 사냥을 하려고 했는데, 매가 갑자기 산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매를 찾아 주시오."

기은은 산으로 날아간 매를 어떻게 찾아줄지 궁금했다. 그러데 원님으로 앉아있던 학동이 명쾌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었다.

"오라, 산이 매를 가져간 게로군! 내가 찾아주지. '매는 청산의 소유물(鷹者靑山之物)이니' '청산에서 얻고 청산이 잃었도다(得於靑山 失於靑山)' '어서 가서 청산에 물어보고(問於靑山)' '청산이 대답을 않거든 청산을 잡아오너라(靑山不答捕來)'"

이 말을 듣고 기은은 학동들의 기지에 감탄하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수령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학동이 정색을 하며 호통을 쳤다.

"도대체, 어느 놈이 관아에 들어와서 원님을 모욕하느냐! 여봐라! 이 놈을 당장 잡아다가 하옥시켜라."

사또의 명령에 따라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기은을 헛간에 넣고 문을 채워 버렸다. 갑자기 봉변을 당한 기은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가 너무나 진지하여 풀려 나가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헛간의 문이 열리며 원님으로 있던 아이가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다.

"저희가 어른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번 놀이에서 내린 판결은 명 판결로 내게 내린 판결도 마땅한 판결이니라."

 

(사)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임종대 임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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