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리 동네 미술’, ‘우리 동네 흉물’ 될라

모현철 사회부장

지난 17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에 있는 선사시대로 랜드마크인 '2만년의 역사가 잠든 곳'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에 가로 3.7m, 세로 3.5m 크기의 대형 마스크가 씌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 17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에 있는 선사시대로 랜드마크인 '2만년의 역사가 잠든 곳'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에 가로 3.7m, 세로 3.5m 크기의 대형 마스크가 씌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모현철 사회부장 모현철 사회부장

거대 예산이 들어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우리 동네 미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정이 촉박하고 주민 의견 반영이 잘 안 돼 '우리 동네 흉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나온다.

'우리 동네 미술'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지역 예술인에게 창작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내 공공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올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에 948억원이 투입된다.

대구시에는 예산 32억원이 편성돼 8개 구·군에 각 4억원씩 돌아갔다. 8개 지자체는 사업지를 정한 뒤 공모를 통해 예술인 37명으로 구성된 지역 작가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팀은 12월까지 작업을 끝내고 내년 2월까지 정산을 마무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예술인들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문제다. 예술인과 주민들이 충분한 의견 수렴과 연구, 토론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기가 빠듯해서다. 최종 결과물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예술인도 많다.

과거의 예를 보면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강남 스타일' 조형물은 예산 4억원을 들였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논의와 참여의 부재로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한 바 있다. 대구 달서구청이 진천동 선사시대로에 설치한 초대형 원시인 조형물도 비슷한 사례다.

각 지자체에서 사업 추진 방향을 미리 정해 예술인들은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점도 한계다. 지자체는 공공미술의 내용보다는 보여 주기식 조형물을 선호한다. 이번에 선정된 프로젝트를 보면 달서구는 지역 내 5개 공원에 아트 벤치 조성, 서구는 이현공원 일대 작품 설치, 수성구는 두산폭포와 그 주변 광장의 문화적 공간 조성을 제시했다.

부족한 시간은 부실한 기획안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손쉬운 조형물을 세우고, 벽화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미술의 향유자인 주민과의 소통은 없고 예술인과 지자체가 게릴라식으로 작품을 설치하는 식이다. 지역 예술인 사이에서는 예술작품 제작을 공공근로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이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 제작보다는 예술가들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도 구성돼 있지만 워낙 시간이 촉박한 탓에 이미 선정된 작품의 변경은 어려운 실정이다.

대구 지역에도 조형물을 선정한 지자체가 많다. 이번 프로젝트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주물 업체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디자인한 뒤 주물 업체에 제작을 맡기면 업체는 설치까지 해준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지자체도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공공미술을 환경 미화 또는 관광 인프라 조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대구 지역 지자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미술인들이 대신 하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공공의 공간에 미적 가치가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주목하고 공공성의 실현에 주목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대구 지역 각 지자체에 살고 있는 주민과 예술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미술이 실현돼야 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지만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실현을 위해 대구시와 각 지자체, 예술인들이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경청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주민들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공미술 작품을 원한다. '우리 동네 미술'이 '우리 동네 흉물'이 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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