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 모두 반대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밀어붙일 일 아니다

정부가 연내 입법을 추진 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노동계와 사용자 모두로부터 극렬한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이 개정안이 안 그래도 노동계 쪽으로 쏠린 운동장을 더 심하게 기울게 만들 것이라며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고, 노동계는 '노조 탄압법'이라며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양측의 반발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개정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대목은 사용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회사의 인사권과 통제권 밖에 있는 해고자와 실업자, 사회활동가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 개별 기업이 감당키 어려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단체협약에 끌어들일 소지가 크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 상응 조치 없이 노조 권한을 강화시킴으로써 노사 관계가 파탄에 이르고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영계의 하소연은 엄살일 수 없다.

노동계도 쟁의행위 시 생산 및 주요 시설 점거 금지, 현행 2년인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것 등은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허용과 근로시간 면제 제도 유지 등 상충하는 조항 때문에 오히려 노사 분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학계 우려 또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노사의 요구 조건을 적당히 반영하면 양측 모두 개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순진하거나 안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비준에 걸맞게 노조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듯한데, 노동 현장 평화를 깨고 분규를 심화시킨다면 국제기준이 대관절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와 고용이 절체절명 위기인 상황이다. 산업 경쟁력 회복과 고용 유지가 절실한데 이런 누더기식 개정안을 강행할 때가 아니다. 혹여나 176석 거대 여당을 믿고 밀어붙일 생각일랑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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