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상읽기] ‘돈 때문에 돌아’ 청춘의 스트레스

오로지 돈으로 통하는 세상, ‘돈이 목숨줄’
돈으로 얽힌 갈등을 먹고사는 직업 ‘변호사’

"돈다발 폭탄을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 돈이 세상사 모든 갈등의 원인. 매일신문DB

〈썰렁 Q〉대한민국 돈 부자=돈 스파이크(돈으로 스파이크를 때릴 정도 넘침), 프랑스 돈 부자=돈주앙(무슨 일을 하든 돈을 줌)

청년들이 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꿈과 패기 그리고 도전보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마땅히 취업할 곳도 많지 않아, 무직 청년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투자를 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대한민국 청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제폭망 속에 갈수록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돈을 쫓지 말고 따라오게 하라'는 격언도 있건만 조급한 마음에 돈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청춘들도 더러 있다.

이번 칼럼의 테마, 돈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각 나라마다 돈을 나타내는 단위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원(₩), 미국은 달러($), 일본은 엔(¥)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돈의 위력은 전 세계 어디나 엄청나다. 때문에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소위 보이지 않는 계급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갈등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돈'을 나눔으로 승화시키는 '기부천사' 연예인들도 종종 있다. 가수 김장훈, MC 유재석은 자신들이 열심히 모은 돈을 어려운 계층에 기부하는 행위를 통해 사회를 따뜻하게 해준다. 비단 유명인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필부들 역시 폐지를 주워 모은 돈,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후학양성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하며 귀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돈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때문에 서로 간에 다투는 경우를 심상치 않게 목격한다. 특히 변호사들은 앞서 언급한 미담보다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목도하게 된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겪는 재산분할의 문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자녀들이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 행하는 유류분 문제 ▷동료 간 또는 형제 간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하는 대여금 문제 ▷형사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존재하는 합의금에 관한 문제 ▷한 평생 모은 돈을 자식에게 증여해주며 소위 효도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 등 돈으로 인한 갈등을 소송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사회문제로 비화된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최근 사회문제로 비화된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최근 사회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배드파더스'(Bad Fathers) 역시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버지들에 대한 사회적 고발을 통해 돈으로 인한 갈등을 표면화한 적이 있다. 돈으로 인한 문제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 모든 갈등관계 유형이 결국 돈 때문에 일어나고 법정소송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돈으로 인한 갈등으로 곪아 터진 마음을 소송을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역설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 문제"라고 내뱉는다. 이와 같은 말은 상담과정에서 의뢰인인 변호사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개인이 홀로 소송하는 경우 법정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 흔한 말을 들을 때마다 이들이 법원까지 와서 성취하고 싶은 것이 과연 자존심일까 의구심이 든다. 그들의 표면적 주장과는 다르게 결론은 돈이 문제인 것이다. 재판에 승소하여 부부 중 일방이 다른 배우자로부터 재산분할을 많이 받고 형사사건의 합의금을 많이 받아내면,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고 목놓아 외치던 그분들의 입꼬리는 하늘을 향한다. 그런 모습의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도 돈에 의한 갈등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돈에 관한 명언을 남긴 지강헌. 매일신문DB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돈에 관한 명언을 남긴 지강헌. 매일신문DB

돈의 위력은 막강하다. 개인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사회 구조적인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돈도 실력이다'고 말한 최서현(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말처럼 돈은 보이지 않는 계급이다. 1988년 10월16일, 88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교도소로 이감되는 호송버스에서 탈출하여 서울시내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지강헌이 대중들을 향해 던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묻어 있다. 30대 중반이던 지강헌이 짧은 생을 사는 동안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이 느꼈을 사회부조리와 돈에 대한 생각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라 생각한다. 지강헌이 희대의 명언을 남긴지도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돈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계층분화와 그에 따른 부조리는 굳이 실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직도 남아 있다.

"상류층에 기생하는 하류계층은 서로 다투다 더 죽는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우리는 항상 함께 어우러짐을 꿈꾼다. 꿈을 꾼다는 것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증일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극과 극의 두 가족이 만나 소위 이상적인 공생을 꿈꾸었지만 결말은 한낱 헛된 꿈으로 끝나 버린다. 돈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개인 및 사회적 갈등에서 벗어나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함께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그러기 위한 방법을 몇 번이고 곱씹어 보지만, 쉽지 않은 공동체의 숙제다.

윤자빈 변호사 윤자빈 변호사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변호사로서 갈등과 분쟁 속에서 돈을 벌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이상이 현실과는 모순될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은 어디까지나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인 것이다. 토마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적인 국가는 아니더라도 화해와 관용을 기초로 하여 상생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길 기원해 본다.

윤자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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