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환경부는 주민의 뜻을 담은 재논의를 시작하라

지난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이 댐 방류를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15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수문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이 댐 방류를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마경대 기자 마경대 기자

환경부의 경북 영주댐 방류 결정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준공 4년 만에 어렵게 가둬둔 영주댐의 물을 환경부가 영주댐협의체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여 방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무려 1조1천3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영주댐의 운영 및 처리 문제에 지역사회의 뜻을 눈곱만큼도 반영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주시민들은 환경부의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영주상공회의소 등 뜻을 같이하는 3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수장을 각오하고 천막 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낮에는 사회단체 회원들이, 밤에는 영주댐 인근 주민들이 영주댐 하류 500m 지점에 쳐 놓은 천막에서 불침번을 서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는 예년 같으면 농작물 수확으로 한창 바빠야 할 산골마을이다. 이곳에는 지난 10일부터 천막 농성장이 들어섰고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손에 피켓을 든 시민들과 스피커의 고음이 멈추지 않아 대도시 시위 현장을 방불케 한다. 농경지에 있어야 할 농기계들은 하천 모래톱에 자리를 잡았고, 몰려드는 취재진과 응원하는 시민들이 뒤엉켜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경북도지사와 영주시장,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관변·사회단체장, 노인회 회원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영주댐 방류 저지에 나섰다. 이들은 불침번을 서는 주민들과 함께 밤을 꼬박 새우는가 하면 간식과 생수, 모닥불 장작까지 제공하며 농성 중인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이런 갈등은 환경부가 자초한 것이다. 환경부는 댐 철거 등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댐에 물을 담수한 뒤 댐 안전성과 녹조 문제 등을 검증, 그 데이터를 활용해 철거와 존속 문제를 결론짓기로 하고 지역 주민과 교수, 환경단체, 관련 기관,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18명으로 영주댐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 협의체의 결정을 받아들여 영주댐 방류를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이 협의체의 영주댐 조기담수추진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은 모두 타 지역 사람이다. 영주지역 시민단체도 없다. 영주댐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정작 영주시민은 배제된 셈이다.

그래서 영주댐 방류 결정은 횡포에 가깝다. 영주댐 건설로 생활 터전을 잃고 엄청난 환경 변화를 겪은 지역민들의 의사가 묵살된 방류 결정은 결국 영주시민들을 물속에 수장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이 집을 짓다가도 잘못되면 보수하거나 수리를 한다. 1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영주댐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17일 영주댐 방류 저지 농성장을 방문한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국장과 박창근 영주댐협의체 소위원회 위원장은 "지역민의 의견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방류 계획을 재검토하겠다. 댐 방류에 따른 영주댐 주변 피해 실태 및 현황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영주시는 20일 환경부에 자료를 제출했다.

이제 환경부가 답할 차례다. 환경부는 즉각 방류 결정을 철회하고, 영주시민들과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 "1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국책사업을 물거품으로 되돌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한 자치단체장의 성토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호반의 도시 영주를 가꾸고 관리하는 것은 환경부가 아니라 영주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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