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동무생각 - 허행일 시인·낙동강문학 발행인

허행일 시인·낙동강문학 발행인 허행일 시인·낙동강문학 발행인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가곡 중에 '동무생각'이 있다. 원 제목은 '사우'이다. 벗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시절, 타향에서 짝사랑을 그리는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 선생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마산에서 창신학교 교사로 재임 중에 탄생한 곡이며 이은상 시인이 가사를 붙였다. 곡이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청소년들의 애창곡으로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다. 마땅히 유행가 외에는 부를 것도 없는 시절이니 청소년들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국민가곡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당시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노산 이은상 시인과 음악과 예술,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두터운 교분을 쌓고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였다. 박태준 선생이 계성중학교에 다닐 때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항상 지나던 백옥 같은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던 짝사랑이 작곡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동산은 그가 현재의 중구근대골목 제일교회 옆 3·1운동 계단을 지나 등교하던 길이었다. 그 여학생은 한 송이 흰 백합 같은 맑고 고운 소녀였다. 그 나이 때에 모든 남학생들이 그랬다고는 하지만 박태준 선생은 더욱이 내성적인 성격 탓에 밤잠까지 설치고 행여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말 한마디 붙여보질 못했었다. 이은상 시인이 이 사연을 듣고 "작곡한 곡에다가 노랫말을 써 줄 테니 붙여보라"고 박태준 선생에게 권유함으로 탄생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보통 가사에다가 곡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동무생각'은 가사보다도 곡이 먼저 탄생한 노래다.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를 두고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으니 푸른 담쟁이로 보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이 '청라언덕'은 지금도 푸른 담쟁이로 뒤덮은 동산병원 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말한다. 또 공교롭게도 경북여고 교화가 백합이어서 짝사랑하던 그 여고생이 당시의 신명여자학교(현 신명고) 학생이냐, 대구공립여자보통학교(현 경북여고) 학생이냐 하는 논란도 한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무생각'의 작곡 시기가 1922년인데 비하여 경북여고 개교는 1926년, 신명여고 개교가 1907년이니 신명여자학교가 맞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태준 선생의 집과 신명여자학교 학생들의 등교 하는 길이 일치한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바람 부는 낙엽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천왕당못'이었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담긴 '동무생각'이 2009년에 중구근대골목 선교사 주택 앞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그 후 많은 연인들이 데이터 코스로 활용하고 있으며 첫사랑이 그리운 중년의 남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근처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고색창연한 계산성당과 제일교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의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의 선구자 서상돈 선생의 고택 등과 대구의 역사 '약령시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전국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구 관광 코스다.
어디선가 동무생각이 흘러나올 것 같은 맑고 고운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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