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베풀 수 있는 마음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예부터 우리 민족은 베풀고 나누어 주는데 익숙해 있다. 음식을 장만해도 이웃을 생각해 양을 많이 하여 함께 나누는 정이 있고, 가을이 되어서 감나무에 감을 따더라도 매정하게 모두 따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개는 까치밥으로 두어서 겨울에 굶어 죽지 않게 하는 자비심이 있다. 논두렁에 콩을 심을 때도 "콩을 하나만 심어도 되는데 왜 세 알씩 넣습니까?" 하고 여쭈어 보면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신다. "날아 다니는 새도 한 알 먹어야 되고 기어 다니는 벌레도 한 알 먹어야 하고 나머지 남는 것은 싹을 틔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차와 술을 드릴 때도 잔을 넘치도록 드리는 것은 그릇보다 곱으로 줘야 되겠다는 넉넉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재물이 넘쳐서 그런 마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쓰는 것을 조금 아껴서 나누고 함께했던 것이다.

이렇듯 많지는 않지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요즘 근래에 와서는 우리 사회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 베풀기보다는 남의 재물을 탐하려 들고 옆집이 굶어 죽어도 모르고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알지 못하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나에게 피해가 올까 봐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먼저 벽을 쌓는다. 아니 이기적인 생각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부모 친지들에게까지도 너무 멀어져만 간다. 혼자 외로움에 지쳐서 죽어가는 사람도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인심을 보면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탐내고 인색하며 가난을 벗어나지 못함은 전에 은혜로 베풀지 않았던 것이며 은덕을 누리고자 한다면 마땅히 널리 베풀어야 하리라"라고.(잡아함경) 베푼다는 뜻은 보시한다는 뜻과 같다.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한다. 남에게 보시하려는 자는 내 것은 없으면서 남에게 주는 습관이 들어 있고 남에게 보시하기를 싫어하는 자는 항상 내 것은 있고 남에게 줄 것은 없다. 재산이 모이면 그때 해야지 하고 미루기가 일쑤다. 백유경에 보면 "잔칫날을 앞두고 손님들에게 대접할 우유를 짜 모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날마다 우유를 짜 모으면 저장할 곳도 맛도 덜하니 아예 배 속에다 고이도록 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짜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잔칫날이 되어 소에게 가서 젖을 짜려 했으나 젖은 매일 짜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짜도 나오지 않았다."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은 것이다. 재산이 모이면 그때 한꺼번에 보시하면 되지! 하고 다음으로 미루지만 재산이 모이기도 전에 쓸 일이 더 많이 생겨 복도 짓지 못하고 인연만 놓치고 마는 것이다. 자비로써 베푸는 것은 반드시 악한 길을 막고 아무리 원결이 있다 하여도 베푸는 것에는 이기지 못하며 삿된 것이 무너지고 죽음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도리이다. 있을 때 베풀지 않으면 자신이 궁핍할 때 도와주는 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방등경에는 "음식을 보시하면 큰 힘을 얻고, 의복을 보시하면 좋은 얼굴을 얻고, 수레를 보시하면 안락을 얻고, 등불을 보시하면 밝은 눈을 얻고, 집에서 손님을 기다리면 그것을 일체 보시라 하고 법으로써 중생을 가르쳐 주면 그것을 곧 단 이슬 보시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보시를 하는 데는 세 가지가 청정(삼륜청정)해야 한다. 첫째, 보시자가 베푼다는 상에 집착하여 내가 하니까 받아야 된다는 보상 심리가 있어서는 안 되며 바람이 없는 무주상 보시를 해야 한다. 둘째, 받는 사람이다. 받는 사람도 받았다는 생각도 없어야 하며 부담스럽다든가 따진다든가 하는 헤아림이 없어야 한다. 셋째, 보시하는 물건이 뇌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무엇을 바라고 하는 물건도 안 된다. 이 세 가지가 청정해야 진정한 보시라고 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아 추석이 다가오니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여 찾아보지 않았던 인근 친척, 이웃 등 모든 분들을 생각할 때인 것 같다.(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전화라도 한 통하는 자비스러움이 깃들여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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