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에는 中企 ‘비상금’에 세금 뜯겠다는 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정정훈 재산소비세정책관. 연합뉴스

정부가 이번에는 중소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섰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어 놓는 또 하나의 기업 적대적 정책의 등장이다. 가족 경영 중소기업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쌓아둔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며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이거야말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자 꼼수 증세의 전형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을 보면 '최대 주주 및 가족의 지분율이 80%를 넘는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 과세' 항목이 들어있다. 내년부터 당기순이익의 50% 혹은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사내 유보금에 대해 미리 배당소득세를 14%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가족형 기업들이 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심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내 유보금은 언제 닥칠지 모를 경영 위기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의 '비상금'이지 세금 회피 수단일 수 없다. IMF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들 사이에서 형성된 생존 본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투자 또는 연구개발을 위해 쌓아둔 사내 유보금을 과세 대상으로 보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실현되지도 않은 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격인 데다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포퓰리즘 복지정책에 매달려 예산을 흥청망청 쓰면서 '세금 곳간'이 비어가자 정부가 대기업, 개인소득자에 이어 이번에는 중소기업의 현금성 자산에 탐을 내는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사내 유보금이 많은 기업은 대개 우량 기업이다. 국내기업 가운데 80%는 중소기업이고 이들 중 절반가량은 가족형 기업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안 그래도 경제위기 불안감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경영 의지를 꺾을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 고용시장도 없다. 기업 괴롭히는 악취미를 가진 게 아니라면 이번 정책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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