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천시의 예산 반납과 불용, 정작 쓸 데 못 쓰게 하는 행패

영천시청 전경. 매일신문DB 영천시청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영천시가 지난해 짠 일반회계 예산 1조468억원 가운데 쓰지 못한 돈이 2천228억원(21.3%)에 이르렀다. 또 특별회계 예산 1천329억원의 41.7%인 554억원도 남겼다. 특히 일반·특별회계 예산에서 사업계획 변경 등의 이유로 예산을 쓰지 못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 불용액만도 673억원이나 됐다. 게다가 취약계층 생계 급여와 기초연금 지원 등을 위해 지원받은 국·도비 보조금 53억5천만원은 아예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국 영천시의 1년 살림살이 계획이 엉성했거나 짜임새를 갖추지 못했다는 해석을 낳게 하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영천시가 당초 지난 한 해 동안 추진할 1년 사업을 짜면서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했거나 지원을 받도록 큰 노력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결국 2019년 한 해를 결산하면서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적절성을 따진 결과, 처음 계획과는 어긋난 행정을 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말하자면 계획과 실제의 아귀가 맞지 않았다.

물론 영천시로서는 제대로 예산 집행을 못해 돈을 남겼으니 그에 따른 불이익 감수는 어쩔 수 없다. 사업의 성격에 따라 남은 예산을 넘겨 다시 쓸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반납하는 예산의 문제는 다르다. 영천시의 예산 불용 및 반납 행정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불이익과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더욱 큰 손실은 한정된 국가 및 경북도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막고 꼭 쓰일 곳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게 한 일이다.

영천시의 2019회계연도 결산검사서를 두고 영천시의회가 예산의 합리적 편성·운영을 촉구하는 까닭은 너무나 마땅하다. 이 같은 시의회 주문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지난해 영천시의 예산 편성과 집행 사례는 분명 짚고 갈 사안이다. 나라 곳간도 따져야겠지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경북도 23개 시·군의 살림을 살펴 무턱대고 예산부터 챙기는 행정은 안 된다. 한정된 예산 자원의 적재적소 투입은 다른 시·군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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