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의 새론새평] 문재인 정부의 이상한 검찰 개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제야 의문이 좀 풀린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왜 꼭 조국이 해야 했는지 말이다. 취임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 모든 일이 개혁과 거리가 멀었음에도 왜 이를 검찰 개혁이라고 불렀는지도, 황희석, 최강욱, 김남국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그토록 조국과 검찰 개혁을 동일시한 이유도 알 것 같다.

조국 씨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 꼭 1년이 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을 15회나 언급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 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압니다…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입니다…." 그는 권위주의 체제 종식 이후 군부나 정보기관 등은 모두 민주적 통제 안으로 들어왔지만, 검찰만은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강의 권한을 행사하는 '살아있는 권력'으로 행세했고, '준 정당'처럼 움직인다고도 썼다.

검찰 개혁은 피의자 인권 보호와 집권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및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수사 이후 집권 여당의 검찰 개혁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는 완전히 사라졌다. 조국 씨의 글에서 우리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8월 초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윤 총장이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었다. 조 수석 자신이 윤석열 후보자의 인사 검증 책임자였다. 그런 윤 총장이 임명도 되기 전에 이미 검찰 조직의 수뇌부를 구성하여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는 말이다. 그것도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말이다. 당시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아서 9개월 뒤에 있을 집권 여당의 패배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서울대 법대 교수이고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런 비논리적 글을 버젓이 공개적으로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윤석열 검찰의 청와대에 의한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수사가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이 사건 수사를 막아야 했다. 윤석열 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 설득보다 배제를 택했고 그 방법으로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자니 윤석열 검찰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필요가 있었고, 윤 총장이 의도적으로 탄핵의 기반을 깔려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려 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집권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검찰 개혁에서 사라진 것은 이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문 정부는 조국 씨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윤석열을 배제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조국 씨는 본인과 가족의 불법행위 의혹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할 수밖에. 이후 추미애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검찰 인사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윤석열을 고립시켰다.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는 윤석열 배제를 위한 대안을 검찰 개혁안이라고 발표했으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것도 모자라 검사장급 인사에서 정권에 충성하는 정치검사들을 승진시켜 윤 총장을 포위했고, 곧이어 대대적인 차장 및 부장검사에 대한 인사를 통해 검찰의 정권 예속화가 완성될 것이다. 검찰총장의 수족이 모두 끊겼으니 더 이상 집권 여당 관련 수사는 없을 것이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지단야(義之端也)'라 했다. '사람이라면 의롭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안다'는 뜻이다. 집권 여당 사람들이 수오지심이 있는지는 이제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그리고 문재인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태가 검찰 개혁인지, 아니면 합법을 가장한 희대의 국정 농단인지는 후세 사가들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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