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고학자가 꿈인 소녀

중국 베이징대학 고고학과에 진학한 '류수아동' 중팡룽.(출처: 웨이보)/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대학 고고학과에 진학한 '류수아동' 중팡룽.(출처: 웨이보)/ 연합뉴스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옛날이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학교 관계자의 학교 자랑을 들었다. 중국 전역에서 이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도전하지만 입학은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고 했다. 각 성(省)마다 베이징대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의 제한이 있어서, 아무리 성적이 우수해도 지방 학생들의 입학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요즘도 비슷할 것이다. 매년 대입 시험을 보는 1천만 명에 가까운 중국 수험생 중 단 4천여 명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베이징대학교이다. 중국 고등학생들에겐 '꿈의 대학'이다.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톱30를 지키는 명문이며, 중국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의 산실이다.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결과가 지난주 나오면서 갖가지 화제가 만발했다. 그중에서 중팡룽(鍾芳蓉)이라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단연 중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후난(湖南)성 레이양(耒陽)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팡룽은 가오카오에서 후난성 18만5천 명 수험생 중 문과 4등을 차지했다. 팡룽의 성적이 발표되자 학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집을 찾아가 축제를 벌이는 등 축하 세례를 퍼부었다. 팡룽의 집은 가난했고, 부모님들은 딸의 학비를 벌기 위해 멀리 광둥성까지 가서 일하며 딸을 거의 돌보지도 못했다. 팡룽은 초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팡룽의 이야기가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개천에서 용 난' 성공담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 축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팡룽의 다음 선택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팡룽은 베이징대학교 고고학과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고고학과라는 곳이 돈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비인기 학과이기 때문이다. 놀란 네티즌들이 탄식했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베이징대학교에 가면서 왜 그런 전공을…"이라 하는가 하면, "취업할 때는 울게 된다"고도 했다. "졸업 후 돈 많이 벌어 그동안 고생한 부모님을 돕지는 못할망정…"이라고 혀를 찬 어른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팡룽이 자신의 뜻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팡룽의 부모님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며 딸을 옹호했다.

이 젊은이에게는 자신의 인생 행로를 맡길 확고부동한 나침판이 있었다. 그의 멘토는 판진스(樊錦時)라는 82세의 여성 고고학자였다. 판진스는 베이징대학교를 나와 둔황연구소에서 40여 년을 근무한 과학자로, 중국 고고학계에서는 '둔황의 딸'로 불린다고 한다. 팡룽은 그의 삶을 좇아 돈 대신 꿈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의 당당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땅에도 팡룽처럼 자신만의 꿈과 용기를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의 바람이 아닌 나만의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가 아닌 '나'로 중심을 잡는 청년들이.

하지만 현실에선 N포세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꿈도 희망도 잃은 채 절망하는 우리 젊은이들만 보이는 것 같다. 꿈을 향한 용기와 의지 대신 돈과 집값, 취업난에 울어야 하는 젊은이들이다. 중팡룽 같은 건강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8월 12일은 세계청년의날이었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