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공장서 구조된 고양이 '심심이'

길에서 태어난지 얼마안 된 새끼를 데려온 보호자가 사정 상 키우지 못해 병원에서 키워야 했던 ' 챠샤'(왼쪽)와 경남 창녕 하천변에 유기된 품종묘 중 한마리인 날쌘돌이 '다비'(오른쪽). 챠샤는 다비를 엄마마냥 따르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길에서 태어난지 얼마안 된 새끼를 데려온 보호자가 사정 상 키우지 못해 병원에서 키워야 했던 ' 챠샤'(왼쪽)와 경남 창녕 하천변에 유기된 품종묘 중 한마리인 날쌘돌이 '다비'(오른쪽). 챠샤는 다비를 엄마마냥 따르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출근할 때마다 반가운 동물병원 고양이 친구들이 있다.

해리, 샤베트, 탄야, 다비, 챠샤, 그리고 오늘부터 심심이가 합류했다. 다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버려졌거나 구조돼 동물병원에 정착한 고양이들이다. 사연은 각각 다르고 적응하는 기간도 달랐지만 이제는 각자 자기만의 자리를 차지하며 내원하는 고객들이랑 환자 친구들을 위로하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동물병원에 오시는 고객들이나 환자 친구들을 전혀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물병원 고양이 스탭들로 인정해주고 있다.

병원 생활 7년 차 이상인 터줏대감 '해리'와 '샤베트', TV동물농장에서 구조되어 한쪽 앞다리를 절단했지만 온 병원을 헤집고 다니는 '탄야', 경남 창녕 하천가에 버려진 품종묘 중 한마리인 '다비', 냥줍(길거리 새끼 고양이를 입양한 경우를 표현하는 말) 되어 온 노랭이 '챠샤', 다섯마리의 고양이들이 자기들의 공간에서 내원하는 고객들과 동물 환자들을 맞이한다.

지난 5월 고양이공장에서 구조되어 왔던 심심이가 동물병원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몸 여기저기 질병의 흔적들이 남아있지만 조금씩 쾌활해져 가는 모습만으로도 대견스럽다.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고 나를 신뢰해 줄 때가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찰 때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지난 5월 고양이공장에서 구조되어 왔던 심심이가 동물병원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몸 여기저기 질병의 흔적들이 남아있지만 조금씩 쾌활해져 가는 모습만으로도 대견스럽다.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고 나를 신뢰해 줄 때가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찰 때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오늘 아침에는 진료실에 들어서자 소파 아래서 고개를 내미는 낯선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검진 받으러 온 고양이 환자겠지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피하지 않고 자기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심심이임을 눈치챘다. 털을 깎아서 더 몰라봤지만 입원실 밖에서는 처음 마주하는 경우라 무척이나 생소하면서도 대견스러웠다. 아팠던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고 나를 신뢰하고 마음을 열어줄 때가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차다.

심심이는 유난히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김해 고양이공장에서 구조되어 본원으로 위탁 입원된 두 마리 중 한 마리였다. 구조하러 가신 분들의 말로는 고양이공장의 고양이들은 뜬장에 갇혀진 채 전염병과 피부병이 만연되어 있었으며, 분양 시기에 질병으로 가치가 없어진 고양이들이 천덕 꾸러기 취급받으며 뜬창 한 켠에 나눠져 있었다고 했다. 심심이 주변에는 죽은 고양이 사체가 놓여있었다고 했다.

심심이와 함께 입원한 동그리는 지난 달 입양됐다. 동그리는 구조 당시 눈병이 심해 각막이 뿌옇게 변해있었으며 눈주변 피부는 심하게 짓물러 있었다. 피부병도 심했다. 두달여 치료를 받은 후에야 호전되어 지난 달 새 가족에게 입양되었다. 입양하신 분은 달서구의회 의원이셨다. 본인도 시각 장애를 가지고 계신 터라 동그리가 더 마음에 쓰였던 모양이다.

그 분은 동그리를 몇 번 더 보러 오신 후에야 입양을 결정하셨다. 만성적으로 바이러스성 질환에 노출된 고양이는 평생 그 질병으로부터 완치되기 어려우며, 면역이 약해지면 곧 잘 증상이 반복된다는 설명을 들으셨기 때문이다. 넉넉하지 않은 처지에 병원비 부담을 걱정하셔야 했다. 유기냥이, 구조냥이, 길냥이를 잘 보살피겠다는 의지만으로 입양해서는 곤란하다. 치료와 건강 관리를 위한 경제적인 여건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심심이는 동그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피가 섞인 콧물이 딱지져 입주변이 짓물러 있었고 재채기를 할 때마다 핏물이 주변으로 튈 정도였다. 몸도 말라있었고 피부병도 만연해있었다.

심심이는 동그리가 떠나간 후에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었다. 여전히 만성 바이러스 질환이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는 처지지만 동물병원을 활보하며 동료 고양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피부병이 있고 털도 듬성듬성 깎여있어 이쁜 모습은 아니지만 스탭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동물병원에 정착한 고양이들은 진료에 방해되지 않게 자기들만의 영역과 룰을 지키며 생활한다. 이제 갓 동물병원을 활보하기 시작한 심심이(왼쪽 고양이)가 터줏대감 해리와 샤베트를 관찰하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동물병원에 정착한 고양이들은 진료에 방해되지 않게 자기들만의 영역과 룰을 지키며 생활한다. 이제 갓 동물병원을 활보하기 시작한 심심이(왼쪽 고양이)가 터줏대감 해리와 샤베트를 관찰하고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수익증대를 목적으로 고양이를 뜬창에 가두어 밀집 사육하는 생산업을 고양이공장이라 부른다. 고양이공장을 강아지공장 이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고양이들을 키우면 전염성질환들이 만연해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고양이 바이러스성 전염성 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평생 잠복 상태로 유지되며 바이러스를 재확산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분양된 새끼 고양이들은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더라도 이미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잠복되어 있으므로 면역이 약해지는 시기에 질병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사육 환경은 개보다 더 넓고 높은 공간이 필요하며 전염성 질병이 의심되는 개체는 반드시 격리해 보살필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반려묘 붐이 일고 있다. 누구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집사가 되고 싶어한다.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를 사고자 결정하기 전에 한번 쯤은 심심이를 떠올려보자. 귀여운 새끼고양이의 탄생을 위해 수 많은 고양이들이 희생 당하지 있지는 않았을까 고민해야 한다. 사지말고 입양하자는 취지이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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