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의 한시산책] 샘물을 노래함(영수석·詠水石)-정약용

언제나 샘의 맘은 바깥세상 치닫는데 /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험한 돌 괴롭게도 앞을 딱 가로막네 /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그래도 우여곡절 다 헤치고 지나가서 /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태연하게 술술 흘러 골짜기를 나간다네 /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

널뛰기의 유래를 알고 있느냐고? 잘 모르겠지만 민간 속설에 따르면 널뛰기는 담장 밖의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욕망의 소산이라고 한다. 그네타기도 같은 이유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널뛰기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더 큰 세상,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 때문에 그네가 태어났을 수도 있으니까.

강가에서 어린 날을 보낸 사람들은 대개 다 기억하고 있지 싶다. 황혼녘이 되면, 유난히도 많은 피라미들이 수면 위로 폴짝폴짝 뛰던 것을. 왜 그럴까? 잘 모르겠다. 혹시 저녁놀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물론 강물 속에서도 저녁놀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구두를 신은 채로 발등을 긁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터. 그래서 피라미는 저녁놀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기 위해서 수면 위로 냅다 뛰는 것이다. 청어가 바다 위로 뛰는 것도 혹시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지도 몰라. 그러다가 더러 바닷가의 마른 나뭇가지에 두 눈을 관통 당해 겨우내 과메기가 되기도 하고. 바깥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이토록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좁은 세상에서 더 넓은 세계를 동경하는 것은 위의 시에 등장하는 샘물도 마찬가지다. 깊은 산속에서 솟아난 샘물은 솟아난 순간부터 바다를 향해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이 순조로울 리가 없다. 출발하자마자 험상궂은 바윗돌이 앞을 딱 가로막기 시작하니까. 그 험한 돌을 돌아나가도 우여곡절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천길만길의 아찔한 벼랑이 난데없이 불쑥 나타나면, 눈을 딱 감고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파란만장의 장애물들을 모두 다 뛰어넘고 나면, 샘물은 결국 골짜기를 벗어나서 최종적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우와! 바다다, 바다!

그런데 가만, 이 작품이 노래하는 것이 과연 샘물일까. 그렇지는 않다. 아마도 다산 자신이 살아갈 삶을 샘물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게다. 결과적으로도 다산의 삶은 이 시에서 노래한 샘물과 같다. 정치적 부침과 무려 18년 동안의 귀양살이가 바로 샘물의 파란만장과 다를 바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리하여 마침내 학문의 바다에 닿아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고, 루소, 드븨시, 헤르만 헤세와 함께 유네스코 선정 '2012 올해의 기념 인물'에 오르는 세계적 거인이 된 것도 바다가 된 샘물과 다를 바 없으니까.

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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