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영끌'한 '주린이'에게 해피 엔딩은 올까

동학 개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학 개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장성현 경제부 차장 장성현 경제부 차장

아내가 주식 투자에 손대기 시작했다. 아내는 "내가 주식을 살 정도면 대한민국 전 국민이 다 하는 것"이라고 장담할 정도로 '주린이'(주식+어린이)다. 거액은 아니지만 우량주 위주로 몇 종목을 샀고, 수익률은 (아직까진) 꽤 높은 편이다.

아내의 표정이 주가에 따라 출렁이진 않지만, "누가 무슨 종목을 사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말은 자주 얘깃거리가 된다. 하지만 아내는 주가 차트조차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초보자다. 높은 수익률은 그동안 숨겨왔던 실력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국내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대박의 꿈을 좇는 개인투자자는 정말 많이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개인의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천212만 개로 올해 들어서만 276만 개나 증가했다.

종목만 잘 고르면 예·적금 상품을 압도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정부 규제가 심하고 목돈이 들어가며 청약 당첨 경쟁이 치열한 부동산시장보다 진입 문턱도 낮다.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쳐도 대박을 좇는 개미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배운 학습 효과도 만만치 않다. '주식은 결국 오르더라'는 경험이다.

''는 세대와 성별을 망라한다. 자산이 적은 20, 30대는 복권 당첨을 꿈꾸듯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투자 대박'밖에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60, 70대도 SK바이오팜이 '따상상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이후 3일 연속 상한가)이라는 역대급 신기록을 세우자 앞다퉈 공모주를 찾고 있다.

불안정한 경기에 고용시장이 악화되고, 갈 곳을 잃은 돈은 넘쳐나는데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임금 외 다른 소득을 찾는 소득의 이중구조화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코로나19를 견뎌낸 강세장은 반갑지만 마냥 좋아하기엔 영 께름칙하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면 어느 정도까지인가요?'라는 질문이 돈다.

예·적금은 기본이고, 전세자금과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카드론, 보험 약관대출, 자녀 저축, 보험 해지 환급금에다 가족 친지들의 여윳돈까지 끌어모아야 '영끌' 축에 속한단다. 이들에게 주식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이처럼 빚을 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가계 빚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48조9천억원보다 80조원 늘었다. 올 상반기 증시로 순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39조원에 이르고, 지난달 신용대출도 3조1천억원 증가했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 빚이 집값이나 증시 폭락 등에 노출되면 가계 파산과 금융기관 부실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투자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리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세계 경기와 금융시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는 격변하는 금융시장을 버텨내기 어렵다. 강세장의 흐름 속에서 낸 성과는 언제든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은 결국 오른다'는 낙관론에 취해 무리하게 빚을 낸 건 아닌지, 자신의 투자금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인지 돌아볼 시점이다.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투자는 오를 종목을 잘 찍는 실력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자기 성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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