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헌절, 헌법 준수를 언약했던 날

강성환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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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은 1392년 이성계가 '흰 쌀밥에 소고깃국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국이념으로 조선을 세웠던 날이다. 또한 1948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헌법을 만들어 준수하겠다고 언약했던 날이다.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새 언약 이루니,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이날은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다.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 손 씻고 고이 받들어서 대계의 별들같이 궤도로만 사사 없는 빛난 그 위 앞날은 복뿐이로다.' 목청 높여 불렀던 제헌절 노래 가사다.

사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우리나라의 역사 태동과 맥을 같이해 왔다. 단군 건국 때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8조법을 제정하였고, 삼국시대 때 백제는 260년 음력 정월에 율령 선포를, 고구려는 373년에 율령 반포, 신라는 520년에 율령을 제정 발표했다. 고려시대에는 71개조 법률을 제정해 시행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정도전의 '조선 건국 프로젝트'의 3대 저서 가운데 하나인 '조선경국전'을 모델로 1485년에 '경국대전'을 완성했다. 근대에 와선 1894년 오늘날 헌법의 기반이 된 '홍범14조'를 반포했다. 일본 식민지 때에도 1919년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제정했으며, 1948년 7월 17일 유진오 님의 70매 자필 초안을 기초로 제헌국회헌법을 제정해 공포했고, 1987년 10월 29일까지 9차례에 걸쳐 개헌되어, 비로소 오늘날 전문, 본문 10장 및 130조의 헌법을 탄생시켰다.

세계사에서 1776년은 오늘날의 의미에서는 세계적 2대 사건이 터졌던 해다. 민주주의의 밑거름을 마련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해이고, 자본주의 씨앗을 뿌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했던 해다. 프랭클린은 '신의 손길'이란 신비성을, 스미스는 '자동 조절 능력'이란 사회적 조화력을 강조하며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했다.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국민 모두가 신뢰하고 준수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창출되는 신비성이고 조화력이다.

우리나라도 1948년 7월 17일 제헌절에 이런 신비성과 조화력을 창출하기 위해서 언약했다. 그런데 많은 국가 지도자들은 이를 준수하기보다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 1981년 이후에 '초헌법적 사건'들이 빈발했다. 심지어 1990년대는 대구시에서도 '헌법 위에 문법이 있다'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시켰다. 결국은 나라의 수치가 극에 달하여 지난 2017년 3월 9일 헌법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대통령직을 파면한다'는 결정문 낭독이 국민 앞에 생방송되었다.

이제 우리는 선인들과의 언약을 지키지 않아 믿음이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많은 국회 지도자들은 자신은 법을 만들기에 지키는 것은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 슬그머니 입법부라는 역할을 팽개치더니, 정치적인 핑계, 꼬투리라도 잡으면 장외 투쟁에 혈안이다. 회의 불출석을 속된 말로 '부자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 "자기들은 '바담 풍' 하는데 왜 국민이라고 '바람 풍'이라고 해야 하냐?"라고 폼생폼사 따라 하는 깨어 있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방치하거나, 적어도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 국가 지도자, 정치인 그리고 사회적 리더들은 자성하고 선조들과의 언약을 지켜야 하겠다. 제헌절 하루만이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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