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다시 목민(牧民)을 생각하며

 

경북도의회 본회의 모습. 매일신문DB 경북도의회 본회의 모습. 매일신문DB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요 며칠 각 지역 신문에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지면을 꼽자면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소식이다. 의회 본회의장 단상을 배경으로 꽃다발을 든 광역 지방의회 지도부 사진이 자세한 경선 보도와 함께 지면을 장식 중이다. 대구경북 31개 기초의회 중 선거가 끝난 지방의회의 의장단 선출 소식도 속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반기 의장·부의장의 사진은 하나같이 미소를 머금은 득의양양한 표정이다.

지난 2018년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한 의원의 임기가 이제 반환점을 돌아섰다. 남은 2년의 의회 운영을 책임질 의장단을 새로 뽑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솔직히 심드렁하다 못해 착잡한 심정이다. 내년이면 30년이라는 연륜을 쌓게 될 지방의회 존재 자체가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의원들 또한 지역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일꾼이라는 기대감과 평가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지방의회가 '새로운 의회'를 표어로 내걸고 새로운 생각·새로운 행동으로 성장하는 의원상을 입 밖에 내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관례와 구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4년간 제자리 지킴을 하는 지방 유력 인사의 모임이라는 껍질만 더 단단해졌다. 지방자치를 이끌고 지역 발전을 견인하라는 뜻에서 1960년 이후 31년 만에 되살려 놓은 지방의회가 그 공백기와 같은 30년의 세월을 허송세월했다면 국민 입장에서 그것만큼 고약한 일도 없다.

꼭 10년 전인 2010년 이맘때 이 지면에서 '새 목민관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통상 6·2 지방선거라고 불리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다. 짧게 요약하면 '앞으로 4년간 목민관(牧民官)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해야 한다. 만약 유권자와의 약속을 게을리하거나 지방 권력으로 주민 위에 군림하려 할 경우 4년 후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주민 대표의 자리에 선 지방의원들의 바른 마음가짐을 환기시키는 글이다.

그런데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 동안 지방의회가 성숙해지고 꼭 필요한 기관으로 자리 잡았는지 되묻는다면 대답이 궁해진다. 지역 발전의 지렛대 역할이나 목민은 고사하고 주민에게 무거운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대구경북 490명의 광역·기초의원 중 일부의 사례이지만 되풀이되는 지방의원들의 낯 뜨거운 행적은 지방의회 불신과 무용론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조선조 학자 이익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관원이 많으면 토색질하는 것이 풍습을 이루어 백성은 더욱 곤궁해진다'며 경계했다. 오늘날의 사정도 결코 다르지 않다. 나무의 기운이 막히면 좀이 생기고 사람의 기운이 막히면 병이 생기듯 나라의 기운이 막히면 온갖 폐단이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의 자리가 꽉 막힌 민생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해소하는 결울(決鬱)의 촉매가 아니라 주민 위에 군림하고 지방에서 호령하는 토색질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질식하는 건 시간문제다. 더는 쓸모없는 자리, 꼭 필요하지 않은 벼슬아치를 파직시키는 '파용관'(罷冗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와 민생 안정은 지방의회의 역할과 그 굳은 결단에서 출발한다. 지방자치 30년이라면 성현들이 즐겨 써온 '삼십이립'(三十而立)의 표현처럼 세상을 향해 우뚝 자립할 때다. 남은 2년만이라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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