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모현철 문화부장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모현철 문화부장 모현철 문화부장

지난달 26일 대구연극제가 열리는 대구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의 한 소극장을 찾았다. 대구연극제는 코로나19로 3개월이나 늦춰 열렸다. 이번 연극제에는 이송희레퍼터리의 '환타스틱 패밀리', 극단 처용의 '떠돌이 소', 극단 한울림의 '맛있는 새, 닭' 등 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첫날 개막 공연을 한 소극장은 사전 예약과 관람석 띄어 앉기로 관객들을 맞았다. 이날 선보인 '환타스틱 패밀리'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배우들은 오랜만의 무대가 설렌 듯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관객들도 배우들의 연기에 공감을 나타내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극단 20개가 극장 12개를 운영한다. 대구연극제로 모처럼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지만, 연극계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극 단체와 배우들에게 지난 5개월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중단된 탓이다. 배우들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아니어서 정부 초기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 지원도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다른 예술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시와 공연이 모두 취소돼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해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들이 부지기수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가려 지원 대상에서도 소외돼 이중고에 시달린다. 정부는 공연예술업종을 관광·여행업과 함께 특별고용유지업종으로 분류해 개인당 300만원의 창작준비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인 활동 증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생활 안정 자금이나 각종 공모 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구문화재단이 예술인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예술인 활동을 증명하는 게 어렵고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이 많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업종 종사자가 7천 명에 이르지만, 지원받은 사람이 적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부 지원책이 겉도는데도 아랑곳없이 현장에선 활기가 돌고, 예술인들의 투혼이 느껴진다. 대구 수창청춘맨숀은 2일부터 5일까지 작가미술장터인 '수창아트페어 2020 안팔불태' 행사를 연다. '안팔불태'가 무슨 뜻일까 생각하다가 의미를 알고 나서 헛웃음이 났다. '안 팔리면 불태운다'의 줄임말이었다. 작가의 삶이 더욱 힘들어진 상황에서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불태우겠다는 절박함을 담고 기획됐다고 한다. 설마 안 팔린다고 불태울까 싶지마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작품을 불태우지 않도록 완판을 하자'는 의지도 담고 있다. 60여 명의 작가가 300여 점의 작품을 출품한다. 작가들의 자신감과 좌절감, 안타까움, 희망, 의지가 복합적으로 담긴 행사다.

그동안 연기되거나 취소됐던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소극장들은 혼신의 힘으로 연극을 준비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 구·군에 있는 문화공간에서도 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예술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관객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혼자라도 좋다.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연극, 공연, 전시 행사를 찾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장과 전시장의 표를 사는 일은 지역 예술인들을 돕고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작가미술장터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주머니를 털어 구입해 자신의 집 거실에 걸어 두는 것도 의미 있다. 작가 60명의 작품 300여 점이 '안팔불태'가 아니라 '완판'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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