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彼我)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多富院)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중 일부다. 6·25전쟁 때 공군 종군문인단에 소속된 조 시인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고 이 시를 썼다. 다부동으로도 불리는 이곳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국군·미군 1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북한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백선엽 장군이다. 그는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인 다부동전투에서 8천200여 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1천여 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도망치려 하자 백 장군이 맨 앞에 나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고 독려해 승리를 이끌어냈다.
국가보훈처가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 측에 "장군이 돌아가시면 서울 현충원에는 자리가 없어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해 논란을 빚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백 장군이 사후(死後) 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친일파로 찍혀 뽑혀나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오늘은 현충일. 대한민국을 지켜낸 100세 호국 원로가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현실이 참담하다. 백 장군이 나라를 위해 세운 공(功)은 그의 허물보다 훨씬 높고 크다. 호국영령들의 안식처인 현충원에 백 장군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누가 들어갈 수 있나. 자신을 '토착 왜구'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는 좌파 인사들을 보며 백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할까. 호국영령들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며 뭐라 할지 마음이 착잡해지는 현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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