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착잡한 현충일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지난 달 31일 오후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유족들이 6·25 참전용사 묘역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고 있다. 대구지방보훈청은 65회 현충일 추념식을 비롯해 70주년 6·25 전쟁기념일이 있는 6월을 맞아 순국선열의 참뜻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지난 달 31일 오후 국립영천호국원을 찾은 유족들이 6·25 참전용사 묘역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고 있다. 대구지방보훈청은 65회 현충일 추념식을 비롯해 70주년 6·25 전쟁기념일이 있는 6월을 맞아 순국선열의 참뜻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피아(彼我)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多富院)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 중 일부다. 6·25전쟁 때 공군 종군문인단에 소속된 조 시인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고 이 시를 썼다. 다부동으로도 불리는 이곳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국군·미군 1만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다부동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북한 수중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 백선엽 장군이다. 그는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인 다부동전투에서 8천200여 명의 병력으로 북한군 2만1천여 명의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냈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도망치려 하자 백 장군이 맨 앞에 나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고 독려해 승리를 이끌어냈다.

국가보훈처가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 측에 "장군이 돌아가시면 서울 현충원에는 자리가 없어 대전 현충원에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해 논란을 빚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백 장군이 사후(死後) 현충원에 안장되더라도 친일파로 찍혀 뽑혀나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오늘은 현충일. 대한민국을 지켜낸 100세 호국 원로가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현실이 참담하다. 백 장군이 나라를 위해 세운 공(功)은 그의 허물보다 훨씬 높고 크다. 호국영령들의 안식처인 현충원에 백 장군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누가 들어갈 수 있나. 자신을 '토착 왜구' '민족 반역자'로 매도하는 좌파 인사들을 보며 백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할까. 호국영령들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며 뭐라 할지 마음이 착잡해지는 현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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