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6월. 야생진드기 위험 최고조

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화 되면서 반려동물 건강 관리에 주의해야할 부분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야생진드기다.

풀이 자라는 토양 속에서는 어디서나 야생진드기가 발견된다. 지역에 따라 겨울철에도 진드기가 발견된다. 특히 5월부터 10월까지는 야생진드기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므로 풀밭을 드나드는 반려견과 외출하는 고양이들의 건강이 염려스럽다.

풀이 자라는 토양 속에는 어디서나 야생진드기가 발견된다. 진드기는 습기가 높은 흙속에 살다가 대기 중 습도가 높아지는 시간대에 풀 위로 올라와 지나가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침입하여 흡혈하며 성장한다. 윗사진은 개의 귀에 흡혈하며 급속히 성장 중인 진드기. 아랫사진은 동물과 사람에게 침입하는 1mm 내외의 새끼진드기. 셔터스톡 제공.
풀이 자라는 토양 속에는 어디서나 야생진드기가 발견된다. 진드기는 습기가 높은 흙속에 살다가 대기 중 습도가 높아지는 시간대에 풀 위로 올라와 지나가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침입하여 흡혈하며 성장한다. 윗사진은 개의 귀에 흡혈하며 급속히 성장 중인 진드기. 아랫사진은 동물과 사람에게 침입하는 1mm 내외의 새끼진드기. 셔터스톡 제공.

진드기는 습도가 높은 흙속에 살다가 풀 위로 올라와 지나가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숨어들어 흡혈하며 성장한다. 건조된 환경에서는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풀이나 흙에 적절한 습도가 있을 때만 지면 위로 올라오는 특성이 있다. 새끼진드기는 작지만 민첩하게 지나가는 동물의 털 속으로 숨어들어 모세혈관이 잘 노출되는 피부에 주둥이를 박고 흡혈하며 급속히 성장한다.

동물에게 숨어드는 새끼진드기의 크기가 불과 1mm 정도의 작은 점에 불과해 보호자의 눈에는 관찰되지 않는다. 새끼진드기는 신체의 높은 부위로 이동하며 귀 주변과 같이 모세혈관이 피부 표면에 잘 드러나는 부위에 주둥이를 박고 흡혈을 시작한다. 일단 흡혈이 시작되면 진드기는 급속히 성장, 불과 2-3일 사이에 팥알 크기로 성장한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에게서 진드기를 발견할 때는 이미 5mm 정도로 성장한 진드기를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분히 성장한 진드기는 다시 흙 속으로 들어가 산란을 하는데 그 개체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진드기를 피할 수 있는 풀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왼쪽 사진은 개의 피부에서 흡혈 후 어느정도 성장한 단계의 진드기. 오른쪽 사진은 사람의 피부에서 주둥이를 박고 흡혈을 시작하는 새끼 진드기. 셔터스톡 제공.
왼쪽 사진은 개의 피부에서 흡혈 후 어느정도 성장한 단계의 진드기. 오른쪽 사진은 사람의 피부에서 주둥이를 박고 흡혈을 시작하는 새끼 진드기. 셔터스톡 제공.

진드기로 인한 동물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일차적으로 진드기 흡혈로 인한 국소적인 피부염이 발생한다. 진드기는 흡혈을 용이하게 하려고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타액을 피부에 주입한다. 이러한 물질은 진드기가 제거된 이후에도 국소 피부염증을 유발한다.

동물의 몸에서 진드기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진드기를 떼어내기에 급급하다 보면 주둥이가 피부 속에 박힌채로 진드기를 떼어내게 된다. 진드기의 흡혈주둥이가 피부 속에 남겨지면 이물성 피부염이 심해지고 육아종성 궤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흡혈 중인 진드기를 떼어낼 때는 진드기 리무버나 가는 핀셋을 이용하여 천천히 주둥이를 좌우로 회전시키며 분리시켜야 한다. 주둥이에 해당하는 하얀 투명막이 충분히 제거될수록 이물성 염증은 완화된다.

진드기가 피부에 흡혈 중인 상태에서는 진드기 리무버 또는 핀셋을 이용하여 천천히 좌우로 회전시키며 주둥이가 피부에서 빠져나오도록 제거해야 한다. 흡혈주둥이가 피부에 남겨질 경우 국소염증과 육아종성 궤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윗 사진은 진드기 리무버로 진드기를 제거하는 모습. 아래사진은 진드기의 성장 단계에 따른 모습. 셔터스톡 제공.
진드기가 피부에 흡혈 중인 상태에서는 진드기 리무버 또는 핀셋을 이용하여 천천히 좌우로 회전시키며 주둥이가 피부에서 빠져나오도록 제거해야 한다. 흡혈주둥이가 피부에 남겨질 경우 국소염증과 육아종성 궤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윗 사진은 진드기 리무버로 진드기를 제거하는 모습. 아래사진은 진드기의 성장 단계에 따른 모습. 셔터스톡 제공.

많은 수의 진드기가 동물의 몸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급성 빈혈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한 마리 한 마리 진드기를 떼어내는 방법보다는 동물병원을 방문해 수의사의 판단에 의해 약물도포를 통해 자연 탈락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진드기 매개 질환의 감염을 의심해야 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동물의 상태를 신중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진드기가 매개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진드기가 보균하고 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 혈액 원충이 동물이나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이다. 대부분 인수공통전염성 질환들이다. 라임병, 에를리키아병, 아나플라즈마병이 진드기가 동물에게 옮기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혈구 세포에 기생하는 혈액원충성 질환의 특성상 빠르게 전신 염증을 유발하며 면역반응을 동반한 만성 소모성질환으로 악화된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식욕부진, 기력저하, 체중감소, 혈뇨, 피부염 등의 증상을 인지할 때는 이미 질병이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드기매개질환의 치료 과정이 오래걸리고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드기 매개질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일년마다 정기건강검진 시에 진드기 매개질환 진단 검사가 필요해진 이유다.

개와 고양이에게 진드기 접촉을 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근년들어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때문이다. 일명 살인진드기라 부릴 정도로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병이므로 반려동물의 몸 속에 숨어있던 진드기가 실내로 옮겨져 가족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려동물에게도 치명적이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 모두의 안전을 고려하여 진드기 접촉을 피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야생 진드기를 예방하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매달 목덜미에 바르는 외부기생충 구제약도 진드기의 흡혈을 통한 성장은 방해할 수는 있지만 즉각적인 살충 효과는 없다. 그나마 반려동물을 위한 살충목걸이를 추천드린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진드기의 접촉 자체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으며, 살충향 성분이 목걸이에 고농도로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간 착용하는 것은 동물의 건강에도 해가 되므로 외출시에만 착용하실 것을 권장드린다. 그 외 천연성분의 진드기 기피제는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효력은 미약했다.

개와 고양이가 야생진드기 접촉이 의심될 경우 집에 들어서기 전 현관 밖에서 새끼진드기를 털어낼려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눈꼽빗을 이용하여 털을 섬세하게 벗겨내거나, 드라이어를 이용하여 미지근한 온풍으로 털을 건조시키며 먼지를 털어내는 방법도 권할만하다. 진드기가 잘 숨어있는 발바닥 사이나 귀 주변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이 발열이 반복되거나, 무기력, 체중감소, 혈뇨, 만성피부염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면 진드기 매개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 외출이 잦아서 야생진드기 접촉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은 1년마다 진드기매개질병 진단 검사를 받으실 것을 권장드린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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