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대구 옛 이야기] 광해군 태실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왕가에서 자손이 출생하면, 명당 또는 길지를 선정하여 그의 태를 묻고 보호 시설인 태실(胎室)을 조성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태문화(藏胎文化)이다. 태실은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아기태실은 국왕의 자녀가 태어나면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터를 지정하여 항아리에 태를 담아 묻어서 만든 태실이며, 가봉태실(加封胎室)은 아기태실의 어느 왕자가 훗날 즉위하면 아기태실에 화려한 석물과 비석을 설치하여 제작한 태실을 일컫는다.

대구 지역 조선 왕실의 태실로는 광해군 태실이 유일하다. 광해군 태실은 대구광역시 북구 연경1동 산 83번지 태봉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광해군 태실의 태호(태를 담은 항아리)와 태지석(태의 주인공이 탄생하고 태를 매장한 날짜를 기록한 비석)은 1991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그러나 광해군 태실은 2003년 10월에 안타깝게도 도굴을 당하였다.

광해군(1575~1641, 재위 1608~1623)은 선조와 공빈 김씨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왕자였다. 선조 스스로가 덕흥대원군의 셋째 아들로서 명종의 왕위를 계승한 서자 출신의 국왕이었다. 선조는 의인왕후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지 못하여 세자 책봉을 미루고 있었는데, 임진왜란이 발발한 후에 신립이 이끌던 조선군이 충주에서 참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파천을 결정한 상황에서 선조는 광해군을 전격적으로 세자로 책봉하였다.

곧이어 선조는 분조(分朝·조정을 둘로 나눔)를 실시하였고, 이에 광해군은 서북 지방과 강원도 일대를 옮겨 다니며 민심을 달래고 의병 모집과 전투 독려에 매진하였는데, 이정암(李廷馣)에게 황해도 연안성을 사수하도록 지시하였고 강화도에 주둔했던 의병장 김천일(金千鎰)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왜군의 침략에 대응하였다.

임진왜란이 마무리된 이후, 선조의 계비인 인목왕후는 선조가 죽은 당일에 광해군을 즉위시켰다.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지지했던 소북파 영수였던 유영경을 제거하였고, 친형인 임해군이 오래전부터 역모를 도모했다는 혐의로 교동으로 유배 보내어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1612년 봉산군수 신율이 이이첨의 사주를 받고 군역을 피하고자 관문서를 위조했던 김제세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김직재와 그의 아들 김백함이 선조의 아들 순화군의 양자인 진릉군을 추대하려 했다고 발설하자, 연루자들이 줄줄이 희생되었다.

이듬해에는 양반가의 서얼 7명이 문경새재에서 일으킨 '은상(殷商) 살해 사건'이 계축옥사로 비화되었는데, 그중 한 명인 박응서가 김제남(영창대군 외조부)이 주도하여 광해군과 세자를 살해하고 영창대군을 옹립시켜서 인목대비가 수렴청정을 실시하기로 계획하였다고 토로하였다. 이에 김제남은 처형되고 영창대군은 서인으로 신분이 강등되어 교동으로 유배되었다가 아홉 살에 생을 마감하였으며 인목대비는 서궁으로 유폐되었다.(광해군은 어머니 공빈 김씨를 공성왕후로 추숭함으로써 스스로를 적자<嫡子>로 만듦) 한편 허균은 폐모론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음에도 나중에 의창군(선조의 서자)을 추대하려 했다는 이유로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었다.

그러나 광해군은 경기도에 한해서 대동법을 실시하여 지주들에게 토지 1결당 12두씩을 부과하여 백성들의 공물 부담을 줄였다. 또한 광해군은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복간하였고, 무주에 적상산 사고를 지어 「실록」을 보관하였다. 광해군은 귀양 갔던 허준을 불러들여 「동의보감」을 저술하게 하였고, 흐트러진 사회 기강을 바로잡고자 「동국신속삼강행실도」를 간행하였다.

또한 광해군은 기유약조를 체결하여 일본과의 국교를 재개하였고, 후금과 명의 대립 속에서 조선이 다시금 전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립외교정책을 펼쳤으나, 결국 능양군(광해군이 죽였던 능창군의 큰형)에 의해 재조지은(再造之恩), 폐모살제(廢母殺弟), 인경궁·경운궁·경덕궁 건립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어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었다.

이런 광해군의 일생을 기억하고 태실의 의미와 형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하루속히 광해군 태실의 원형을 고증하여 복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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