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온라인 강의' 실험

전창훈 사회부 차장
전창훈 사회부 차장

교육 현장이 시쳇말로 '난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몰고 온 개강 연기 사태에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까지. 그야말로 교육 현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대학에 이어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소식에 연일 뜨겁다. 물론 제대로 교육이 될지에 대한 걱정이 다수다. 이미 온라인 강의 체제를 경험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혼란은 진행형이다. 사상 처음하는 온라인 강의 체제에 대학가는 갖가지 '시행착오'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가 최근 재학생 2천914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7.2%가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주요 이유로는 ▷많은 과제물 ▷강의 내용 부실 ▷강의 환경 미흡 등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변화의 바람은 분명 감지된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새로운 교수법에 눈을 뜨는 교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동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시청하도록 하는 방식을 넘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쌍방향 강의를 지향하는 교수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대표적인 주자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다. 동시에 최대 100명이 모니터에 나타나 서로 대화하고 채팅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화상회의용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들어 교육 현장에서 화상 강의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줌은 최근 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 중 하나다. 대학들도 교수들에게 줌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경산의 모 대학 A(58) 교수도 줌을 사용해 특정 시간에 학생들과 화상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처음 화상 강의를 준비할 때는 강의 내내 혼자만 떠드는 것이 아닌지, 준비한 콘텐츠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등 걱정이 많았다.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의를 이어가면서 '의외로 할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오히려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는 듣기만 했던 학생들이 채팅을 통해 활발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 생태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기술적 교육 바람은 진작부터 있었다. 대학생 누구나 무료로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한다는 'K-무크' 시스템이 있었고, 대학들도 기존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성적과 진도, 출석 등을 관리해주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단지 대학 구성원 대부분으로부터 외면받아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온라인 강의는 새로운 교수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교수들 중에는 오프라인 강의에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거나 아예 온라인 강의를 주요 교수법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온라인 강의를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에 따라 온라인 생태계에 익숙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온라인 교육 20% 법정 비율 제한을 폐지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의 온라인 강의 체제가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며 버겁다. 그러나 진보는 불편함 속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불편함이 대학 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트리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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