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동네북 정책, 호구의 나라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중국 한나라 말기의 지방 제후였던 원술(袁術)에 대해 역사서 '삼국지'는 물론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도 무능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명문 집안의 장손으로 안팎의 평판 관리만 잘했어도 혼란한 시국을 평정하고 유비나 조조를 능가하는 위인이 될 수 있었겠지만, 출신 배경을 내세워 영웅의 자리만 탐낸 소인배였기 때문이다.

원술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한 연합군 전선에서 이복 형제인 원소와 불화한 것을 비롯해 조조, 손책, 여포, 유비 등 당대의 실력자들과 모두 원수가 되고 말았다. 대의보다는 사익을 좇으며 늘 탐욕과 의심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인재를 포용하며 주변과 협력하는 기회를 저버린 원술은 결국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동네북으로 전락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일본 전국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이시다 미쓰나리는 도요토미의 대리인 행세로 여러 무장들과 대립하며 분열을 일으켰다. 도요토미 사후에는 서쪽의 영주들을 규합해 도쿠가와 세력과 맞서다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우군의 배반으로 패배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이다. 이시다는 도요토미 가문의 충신이었지만 망신(亡臣)이기도 했다.

오지랖 넓은 언행과 쓸데없는 전쟁 유발로 도요토미 시대의 종말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오만한 행보가 반목을 낳고 배신을 부르며 자신과 정권을 호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대외 정책을 두고 '동네북'이란 안팎의 비아냥이 많았다. 중국의 안하무인은 물론 북한의 도발과 막말에도 대꾸 한마디 못하는 모습이 그랬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일본의 경제 보복을 초래한 가운데 최우방인 미국의 냉대까지 받게 된 처지도 그렇다.

코로나 사태에서 동네북 신세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의료계의 충고를 묵살한 채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가 코로나 감염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우리 국민을 세계인들의 기피 대상으로 만들었다. '코리아 포비아'를 자초한 것이다. 그래도 '어려울 때 친구' 어쩌구 오지랖을 떨다가 중국의 입국 봉쇄라는 뒤통수를 맞았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비와 진료비는 물론 자가격리 비용까지 대주는 최고 호구의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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