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엉터리 비례대표 후보 있는 당은 찍지 마라

현명한 선택을… 역대 최악의 후보들을 가진 정당들도, 부자격자가 넘치는 정당부터 제외해야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31일 대구 한 인쇄업체에서 시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35곳으로 투표용지 길이가 48.1cm에 달해 전자개표가 불가능해 수작업으로 개표해야 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31일 대구 한 인쇄업체에서 시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35곳으로 투표용지 길이가 48.1cm에 달해 전자개표가 불가능해 수작업으로 개표해야 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강규형 명지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집권 여당이 정의당 등 군소 정당 4개와 추악한 야합을 통해 만든 복잡한 제도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이에 맞서 비례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위기를 느낀 더불어민주당이 약속을 깨고 그토록 자신들이 비난하던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거기에 집권세력 3중대 격인 '열린민주당'까지 생기면서, 정의당은 이제 설 자리가 거의 없다. 정의당은 지금 와서야 조국 전 장관의 옹호에 나선 것 등에 대해 반성을 표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런데 기괴한 새 제도에서 치러질 비례 선거에서 각 당이 내세운 많은 후보들이 결격이다. 민주당 공식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후보들은 몇 사람 지적하기에도 숨 가쁘다. 공영방송인 KBS 부사장으로 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정필모는 선거 직전 사표를 내고 안정권인 8번을 받았다. 부사장 임명 때에도 불법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부사장 취임 후 숙청위원회인 '진실과미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이 위원회는 현재 법원에 의해 사실상 불법 판정을 받았다. 또한 KBS 노조와 KBS 공영노조는 정 씨가 '공직자 행동강령, KBS 윤리강령, KBS 취업규칙, KBS 편성규약을 전부 다 어겼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의 출마가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언론단체인 한국기자협회장과 한국PD연합회장이 정 씨를 특정 정당에 추천했다는 경악스러운 사실도 밝혀졌다. 아예 KBS와 이 단체들이 권력의 홍위병임을 대놓고 선전한 셈이다. 정 씨는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사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3번 순위인 권인숙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공직선거법상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 전 30일)을 어겼음이 지적되고 있는데도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민주당의 공식 '파견 순번'인 11번 최혜영 후보는 약 4억여원의 기초생활비 부정 수급이 드러났고, 무면허 운전 전과까지 있다. 14번 김홍걸 후보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막내로 김 정권 시절에 36억7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조국 무죄 프로젝트당'이라고 자기들의 진영에서조차 조소의 대상인 열린민주당은 그야말로 역대급 악성 타순을 선보였다. 2번 최강욱은 공직기강비서관 재직 시에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일본 척결'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은 1억원이 넘는 일본 렉서스 차를 타고 다녔다. 친북반미주의자인 더불어시민당 7번 윤미향 후보가 딸을 미국 음대에 유학 보낸 것과 같은 셈이다. 전형적인 한국 좌파의 이중성이다. 4번 김의겸은 그 유명한 흑석동 상가 부동산 투기 논란 때문에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사임했고, 8번인 황희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국의 사람이다.

비례제도 파동의 주역인 정의당은 1번 류호정 후보부터 문제다. 그는 대리 게임을 시인했는데, 이것은 프로게이머 세계에선 대리 시험과 마찬가지의 부정이다. 온갖 비판이 있음에도 사퇴를 거부하는데, 이것이 정의당이 주장하던 공정인가. 범여권의 민생당은 손학규 전 지사를 2번으로 올렸다 비판을 받고 14번으로 내렸다. 우리공화당이 2번에 서청원 전 의원을 배치한 것과 더불어 '노욕'이라는 질책을 같이 받았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자기 사람들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미래통합당에 파견해 지역구에 출마하게 하고, 자기 당은 비례대표만 내는 '실속형' 혹은 '얌체형' 전술을 폈다. 과연 간철수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선택이다. 그러나 비례 2, 3번이 모두 안 씨의 최측근인 이태규·권은희로, 지역구 의원 출신을 비례에 배치하는 한심한 구태를 보였다. 미래한국당 역시 공천 갈등을 겪었으나 분란을 수습해서 그저 무난한 공천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익단체장과 직능단체장이 대거 순위권에 들어가는 문제가 생겼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그 취지와는 어긋난 경우가 요번 선거에서도 있다. 300개 국회 의석에서 비례대표가 47석을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유권자들은 지역구만큼이나 비례대표 선거에도 주의를 기울여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투표 시에 부적격자가 넘치는 정당부터 제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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