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겨울에 가려진 봄, 그래도 봄!

박성미 작곡가

박성미 작곡가
박성미 작곡가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우리가 사는 일상을 덮쳤고, 모든 것이 멈춰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갈 길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로에게 더한 경계심을 갖고 시간을 보낸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차가운 기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가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공연들이 줄을 이어 취소되고 상반기의 모든 계획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지만 각 공공기관에서는 라이브 중계를 통한 음악회를 선사하고, 책을 읽어주는 사이버 도서관 등 또 다른 해결책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쟁과도 같은 재난을 겪고 있다. 전쟁은 겪는 사람들의 영혼과 정서에 크나큰 흉터를 남기고, 음악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 예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활동하던 작곡가들은 각각의 이유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1918)는 독일 군이 파리를 향해 포격을 시작한 직후인 1918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드뷔시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참신한 멜로디, 기발한 화성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을 남겼다. 전쟁당시 몸이 좋지 않아 직접 참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등 주옥같은 작품으로 애국심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또 같은 시기 라벨은 전쟁에서 부상당한 연주자를 위해 음악을 만들기도 했는데, 폴란드에서 벌어진 전투에 나갔다가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일을 위해 '왼손을 위한 협주곡'(1930)을 작곡하였다. 왼팔뿐인 피아니스트를 위해 한 손으로 칠 수 있는 곡이었고,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변화무쌍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오른팔을 잃은 연주자를 위함이 아니었다면, 우린 이 작품을 여전히 듣지 못했을 것이다.

절박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을 지켜냈던 음악가들의 노력은 시련을 뚫고 피어난 작품이기에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동은 더욱 벅찰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음악가들이 그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의 위기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시 여겨왔던 관중들과의 만남을 회상케 하고, 학생들과의 소통을 그리워지게 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느끼게 됨은 위기가 그저 위기만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닿을 듯 닿지 못하는 우리의 봄을 하루라도 빨리 만끽하기 위하여 잠시 거리를 두는 미덕을 우리 모두가 보여줘야 할 때이다. 모든 예술인들의 따뜻한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와 우리의 봄을 만끽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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