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의 같이&따로]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작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천 산책로에도, 팔공산에도, 학교 교정에도 벚꽃이 피었다. 두 달 전부터 시작된 대구 지역의 고통과 어려움을 난 모르겠다는 듯, 벚나무들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받아 자태를 뽐내는 벚꽃들은 봄바람에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우리를 유혹한다. 답답한 현실 때문인지 유달리 올해의 벚꽃은 더 유혹적인 듯하다.

두 달 동안 힘들게 버티고 있는 우리의 사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벚꽃의 흔들림이 오히려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여느 때처럼 겨우내 움츠리고 굳어졌던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꽃은 피지 않고, 무심한 벚꽃이 피었다.

꽃피는 계절이 오고 자연의 변화는 여지없이 다가왔다. 몇 주 지나지 않아 곧 더위가 올 것이다. 무심한 자연 같으니…. 이제 더위가 오면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끝이 날지…. 그러나 야속하게도 기온이 올라도 이 바이러스는 사라질 가능성이 낮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고 코로나바이러스도 자연의 일부. 자연 속의 서로 다른 생명체 간의 전쟁이다. 두 개체 간의 전쟁에 자신은 관심 없는 듯 벚꽃이 피었다.

일상이라는 것이 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개학은 한 달 넘게 연기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학의 온라인 수업도 교수와 학생 모두 처음 겪는 사태에 여의치 않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이용하는 시설들은 폐쇄되고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많은 것들이 중단되었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삶의 유지에 필요했던 것들이 멈춰버리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래도 지금껏 우리는 잘 버텨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언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에게 인내의 시간도 점점 고갈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이제 건강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자영업자들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 힘든 상황이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동네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고, 서비스업·제조업·항공업 등 모든 산업이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소비의 위축은 생산의 감소를, 생산의 감소는 기업의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경제 불황기의 고리가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이너스 성장률 및 심각한 경제위기를 예측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저성장 기조는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또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가 처한 문제라는 점에서 탈출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1998년 외환위기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위기였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위기라는 점에서 지역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위기라는 점에서 어려운 상황이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에서 우리는 경험했다. 실업자의 증가는 가족의 파괴와 빈곤의 대물림, 사회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을. 실업급여 신청자가 전년 대비 34% 늘었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었다는 신호이다. 한계 상황에 몰린 개인과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100조원의 돈을 풀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재정이 어디 있어서 그런 돈을 푸느냐는 목소리도, 긴급재난지원금이 현금이 아니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상황은 매우 절박하다.

바이러스 감염은 종식될 것이다. 이제는 경제와 사회의 건강함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다.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공포와 혐오를 만들어간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코로나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묵시록 같은 생각이지만 이미 다가온 현실이다. 마음을 다잡고 고통이라는 강을 건너야 할 때이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위기를 견디고 버텨야 할 시간이다.

벌써 벚꽃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내 파란 잎들이 녹음을 자랑하고, 또 낙엽이 떨어질 것이다. 내년 봄에는 신천의 벚꽃을 조금이라도 희망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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