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우리 모두 약사여래불이 되자

동진 스님 망월사 주지 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 주지 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 주지 백련차문화원장

2월이 아름다운 이유는 은은한 꽃향기가 천지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봄비가 내리는 뒤뜰에는 산수유와 매화가 꽃을 피우려고 한다. 봄 햇살이 가득한 화단에는 겨우내 얼어붙은 생명들이 땅속을 헤집고 올라온다. 구례 산수유 축제와 광양 매화축제, 선운사 동백꽃 축제를 생각하면 봄이 오는 일이 즐겁다. 2월은 사방에 꽃들이 피어나듯 잠재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사랑하는 계절이다. 행복과 기쁨을 주는 꽃향기는 온 세상에 가득한데 한국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구는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로 많은 시민이 외출을 삼가고 집 안에서 사태를 지켜본다. 종교 단체들은 집회를 중단하고 집에서 기도하기를 권한다. 벌써 확진자가 1천100여 명을 넘어섰고 하룻밤 지나면 또 몇백 명씩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온 나라가 혼란하다. 세계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인이 강제격리되고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가 확산된다. 비행기까지 내주며 이미 들어온 한국인은 돌아가라는 국제적 망신으로 처참해진다. 오랫동안 경제문화적으로 쌓아온 한국의 지위와 이미지가 무너진다. 왜 이리 국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 그래도 바이러스를 옮긴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지 말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을 때는 나 한 사람의 문제나 한 단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데 빠지지 말고 함께 관리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감염원 차단 능력 부족과 중국으로부터 감염되어 온 자들과 특정 종교 신자들이 모여 종교활동을 한 뒤 우한 코로나는 도시와 온 나라를 휘어 감았다. 이번 사태는 아직까지 진정이 안 되고 의심 환자들이 수도 없이 발생한다. 타지에서는 대구만 다녀오면 감염된다고 하는 지경이다.

이런 사태의 근원적 출발은 인간의 이기적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다. 내 교파만 성경의 예언을 정확히 전할 수 있고 종말이 올 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자만이 많은 생명을 잃게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공익과 공존을 존중하지 못한 참혹한 결과이다. 모든 생명과 사람과 자연 동식물은 나와 서로 연결되어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상호의존적인 연기(緣起)를 모르는 무지의 참사에서 비롯된다.

끝없는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신흥 종교의 생멸과 부침을 보았던가? 종교는 사회적으로 이타심을 전하고 사랑과 자비를 가르친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진리에서 연민과 평등이 구현된다. 본래 자아가 없다는 무아와 무소유와 공, 연기를 체득하여 우주 속에 존재하는 자신에 눈떠야 한다.

모든 현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연에 따라 일어나고 인연에 따라 소멸한다는 연기를 알 때 상대를 인정하게 되고 자비와 연민이 일어난다. 이런 진리를 알면 충돌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와 인간관계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공감으로 이 환란을 이끌어 줄 약사여래불의 지도자는 없는가? 약합(藥盒)을 손에 들고 계시는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은 중생들의 몸과 마음의 고통과 병고를 해결해 주는 능력과 지혜를 갖추신 분이다. 위대한 영혼과 특정한 메시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종교의 보편성은 대중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중 가운데 수많은 약사여래불이 계셔야 한다. 연민의 마음으로 이웃을 보듬고 보살피는 분이 약사여래불이시다.

환자를 이송하고 치료하고 완치하도록 도와주는 의료진이 약사여래이다. 환자를 찾아내고 분석하고 역학관계를 조사하고 전문적으로 길을 제시하는 관료들도 약사여래이다. 그 지침을 준수하고 공공질서를 지켜가며 이 사태를 종식시키려는 의식을 가진 시민들은 더 위대한 약사여래불이다. 우리는 함께 연결되어 있다. 다함께 이 엄중한 시기를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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