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울림이 더 크다.
중국 지인이 보낸 '장례식장 바닥의 휴대폰'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은 주인 잃은 수백여 대의 휴대폰 더미였다. 하루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100여 명이 죽어나가는 우한(武漢) 의 한 장례식장에서 촬영된 사진이었다. '주인 잃은 휴대폰 더미, 휴대폰 주인은 이미 한 줌의 재로 변했다'는 설명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문이 막혔다.
휴대폰 주인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가족들과 춘절 연휴를 보내며 정을 나누던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들이 우한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았더라면, 환자가 집중된 우한시나 후베이(湖北)성이 아닌 곳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더라면, 사진 속 휴대폰으로 여전히 가족들과 안부 전화를 나누면서 다음 춘절을 기약하고 일터로 돌아갔을 것이다.
후베이성 작가협회 전 주석인 소설가 팡팡(方方)이 써내려 간 13일 자 우한일기도 이 사진을 언급하고 있다. 팡팡은 의사 친구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내 마음을 부서지게 한 것은 의사 친구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이다. 요 며칠 동안 나를 더욱 비장함에 휩싸이게 했다. 사진은 장례식장 바닥에 쌓인 주인 잃은 휴대폰이다. 주인은 이미 모두 한 줌의 재가 돼 버렸다. 무슨 말을 하리오"(팡팡의 일기 중 발췌)라고 썼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확진자로 확인되고 1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스크를 보내고 '우한 힘내라'(武漢加油!)라는 격려 메시지를 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마음이 아팠다.
코로나19로 중국 내에서 공식적인 첫 사망자가 발생한 1월 9일부터 2월 16일 오후까지 37일간 6만8천59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1천66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우한에서만 1천23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많은 사람을 전염병에 노출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람 간에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며 안심하라는 당국의 메시지 탓이라고 하기에는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춘절 연장 연휴가 끝난 10일부터 업무가 재개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에서는 일상 복귀에 따른 인구 이동이 2차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후베이성 내 모든 도시는 업무 복귀는 고사하고 주거지 외 출입을 제한하는 추가 '봉쇄령'이 내려졌다.
베이징시 당국은 고향이나 외지 혹은 외국 등 지역을 막론하고 복귀하는 사람들에게 '14일간의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아파트와 주거지역 관리위가 각 가구마다 1, 2장의 출입증을 배부하고 이틀에 한 번씩의 외출만 허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하철 출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발열자는 격리조치한다.
연회와 만찬은 물론이고 3인 이상 식당 회식도 허용되지 않는다. '집밥' 개념이 우리와 다른 중국에서 식당 회식을 금지한다는 것은 지금껏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집보다는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중국에서 회식 금지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여럿이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회식 금지는 이런 민심 이반을 막겠다는 저간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중국의 정보 통제와 은폐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는 진화를 거듭해 변종에 변종을 더해가면서 다시 인간을 공격할 것이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대응하다가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와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이웃 나라 중국이 변종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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