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20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는 '업글인간'이다. 성공보다 성장에 집중하는 트렌드를 '업글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성취하는 데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의 발전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질적 변화를 갈구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한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조바심을 느낀다. 무엇이 나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올해는 변화를 경험하며 살 수 있을까. 변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작은 습관을 바꾸는 데서 변화를 경험하자.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의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의 덩어리일 뿐이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결정하는 선택들이 신중한 판단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택은 습관의 산물이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사소한 사건들이 하나둘 쌓이면 세상은 물론이고, 역사도 바뀐다. 큰돈을 벌고, 권력을 쟁취하고, 좋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믿지 못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극히 작은 습관이다. 돈이 복리로 불어나듯이 습관도 반복되면 그 결과가 곱절로 불어난다. 일상의 작은 습관들은 우리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매일 운동을 하는가, 매일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가, 내면의 평안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는가. 사소해 보이지만 작은 습관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습관은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철학은 덕(virtue)을 '하나의 습득한 인간의 성질'로 본다. 덕도 결국 좋은 도덕적 습관이 아닌가. 좋은 도덕적 습관이 선을 지향하는 성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녀들이 옳은 일, 선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선한 사람이 되고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덕을 내면화시켜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습관이 제2의 천성이 되어 우리가 숨을 쉬듯 생활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가 올바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태어나는가!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올바른 사람이 되고, 사랑함으로써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습관은 잊힐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으며 대체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습관은 우리의 뇌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심지어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그만큼 우리에게 습관은 중요하다. 그래서 종교와 철학도 '훈련' '수행' '실천'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영혼의 훈련은 탁월한 종교인을 낳고, 지성의 훈련은 뛰어난 철학자를 배출한다.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은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경건한 사람이 되도록 훈련하시오. 육체의 훈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모든 일에 유익이 있으며."(디모데전서 4: 7, 8) 우리 인생의 변화도, 아름다운 신앙의 삶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은 습관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작은 경건의 훈련이 쌓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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