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모든 권력은 절제해야 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은 제1조에서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조문이 없어도 대의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를 이처럼 명시해 놓은 이유가 있다. 국민만이 모든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며 국민으로부터 유래된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등은 제한적이고 상대적 권력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원리가 이에서 나온다. 국민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검찰이든 다를 바 없다. 무절제한, 자의적 권력 행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도, 검찰의 수사권도 본래 그들의 권력이 아닌 국민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에서 지금까지 헌정 체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이 바로 권력 행사의 절제와 관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제 헌법은 입법, 사법, 행정권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한다. 헌법에 담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상호 관용과 자제라는 불문율이 필요하다. 헌법 체제의 이상과 그 체제가 작동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규범이 상호 관용과 자제라는 말이다. 대통령제 기반의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이 그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자제의 규범이 무너질 때 권력균형도 무너지며, 권력자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힘을 행사할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정부의 검찰 인사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폭적인 검사장 인사에 이어 중간 간부급 인사가 있을 경우 더 큰 파열음이 예상된다.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맞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 하지만 실제 인사권 행사 과정은 상당한 정도의 자제와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헌법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자제와 관용이라는 불문율이 필요하듯 말이다. 정기인사철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기 전이다. 거의 모든 검찰 지휘부를 한꺼번에 '유배 보내듯' 한 것은 맨주먹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권력층 관련 사건 수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노골적인 권력남용 행태이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의견 청취가 아닌 실질적 협의를 위해 전임 장관까지 지켜온 관행을 '초법적 권한 행사'라는 말로 일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줄로 규정된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권력 행사의 자제와 상호 관용이라는 불문율이다.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취임사를 내놓았다. 권력 행사에 자제와 관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언급이다. 먼지털이식 수사, 무분별한 압수수색, 별건 수사, 망신주기식 소환 조사. 그동안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소홀했던 점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추 장관의 언급처럼 정밀하게 칼을 휘두르는 명의가 되어야 한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수사권 행사 과정에 대한 반성이라면 당연하다. 일부의 관측처럼 현재 권력에 대한 수사 자체를 절제하거나 자제하려는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범죄 혐의가 있어 진행 중인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절제가 아니다. 검사의 직무유기로서 그 자체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

흔히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한다. 현재의 청와대만이 아니라 과거 모든 대통령들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이 아니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국민을 위해 행사하도록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의 임기 동안 잠시 위임받은 권력이다. 검찰권도 국민이 권력의 원천이다. 대통령이든 검찰이든,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마찬가지다.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관용과 자제를 잃을 경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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