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공천기준 물갈이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김병구 편집국부국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에서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는 물갈이다.

물갈이 대상은 3선 이상 중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황 대표를 주축으로 한 지도부는 불출마자를 포함해 현역 국회의원 50% 이상 물갈이를 공언하고 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지난 12일 공천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주 대상도 청년과 신인이다.

만 34세까지 청년 경선자 중 정치 신인에 50%, 비신인에 40% 가산점을 주고, 만 35~39세 청년 경선자의 경우 신인 40%, 비신인 30%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만 40~44세 청년 경선자는 신인 30%, 비신인 20%의 가산점을 받는다. 한국당은 당헌당규에 만 45세 미만을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 신인의 범위는 당내 경선을 포함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모든 선거에 출마 경험이 없어야 한다.

또 여성 정치 참여를 위해 만 59세 이하 여성 중 신인에게는 30%, 비신인에게는 1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만 44세 이하 여성은 가산점 비율이 더 높은 청년 가산점을 적용받는다.

결국 청년 신인 가산점을 최대 50%까지 부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3선 이상 중진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청년과 신인을 다수 포진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국당의 내년 총선 공천 방향을 보면 물갈이 자체가 곧 혁신인 것처럼 비친다.

물갈이는 혁신의 좋은 명분이기는 하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나 정치 지망생들도 물갈이란 듣기 좋은 구호일 뿐 아니라 필요성도 절감한다.

하지만 중진들을 대상으로 한 마구잡이식 '묻지마 물갈이'의 결과는 어떠한가. 특히 대구경북을 반추해 보자.

국회 의정 활동의 키를 쥔 상임위원장 대다수는 3선 또는 그 이상의 중진이 맡는다.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핵심 보직 대다수도 초·재선은 자리를 차지하기는커녕 출마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더욱이 지역구 현안 해결을 비롯해 지역 발전 전략을 위한 예산 확보나 정책 추진에서도 초·재선은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구는 매번 총선 때마다 물갈이를 거듭한 끝에 현재 한국당 국회의원 8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주호영 의원 1명뿐이다. 재선인 윤재옥·김상훈 의원을 제외한 5명이 모두 초선이다. 이 때문에 이번 20대 국회에서 대구에서는 대표나 원내대표에 어느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못했다.

최근 국회에서 처리된 2020년도 국가 예산을 살펴보면 대구의 국비 예산 증가율은 고작 1.9%로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꼴찌다. 16위를 기록한 전남의 증가율 5.6%와도 격차가 크다. 만년 꼴찌인 대구 1인당 국내총생산(GRDP)을 비롯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구 경기의 허물도 지역 경제 환경과 함께 대구 정치인들의 책임과 전혀 무관하다고만 할 수 없다.

초선이든 중진이든 물갈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맛이다. 하지만 단순히 선수(選數)를 기준으로 한 솎아내기식 물갈이는 곤란하다.

일하지 않거나 지역 현안에 무관심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초선이든 중진이든 반드시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당의 물갈이는 이 같은 기준이 아니라 계파, 당과 공천권자에 대한 충성도, 공천 헌금 등이 주요 기준이 됐기에 공천을 받은 이들은 다시 계파나 공천권자에 매몰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과정으로 배지를 단 의원들이 지역 현안이나 유권자들에게 더 관심 가지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한국당이 정말 물갈이해야 할 대상은 중진이 아니라 바로 공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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