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제투성이 가장(家長)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지구촌(global village)이란 말은 1945년 아서 클라크가 소설 '외계로부터의 전달'에서 처음 썼다. 지구를 하나의 마을로 규정했다. 국제 분쟁이나 환경·경제 등을 언급할 때 지구촌이란 용어를 쓰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지구가 마을이라면 국가는 마을을 구성하는 가구(家口)로 볼 수 있다.

'가구 대한민국'은 2년 7개월 전 새로운 가장(家長)을 뽑았다. 구성원들은 새 가장이 잘하리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적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무엇보다 지구촌에서 우리 편을 들어주는 곳이 없다. 누구 말대로 우리 가장은 툭하면 '구타'당하는 신세다. 한때는 이웃집 '김 씨' 아저씨와 사이가 좋았지만 지금은 전보다 관계가 더 나빠졌다.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에다 주먹을 들어 위협하는데도 항의조차 못한다. '시 씨' '푸 씨' 식구들이 안마당을 헤집고 다녀도 꿀 먹은 벙어리다. 조상님 이름까지 들먹이며 '아 씨' 집안과 한바탕 붙었으나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다. 우리 편이던 '트 씨' 집안과는 사이가 벌어져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됐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에 식구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먹고사는 것도 최악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돈을 벌어와 식구들을 배불리 먹일 생각은 않고 창고에 있는 것을 퍼주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고 빚만 잔뜩 진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에 "동네가 다 어렵다" "조금 있으면 나아진다"고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원전(原電) 기술을 가진 아들에게 집어치우라고 하면서 밖에 나가서는 우리 아들 원전 기술이 좋으니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한다. 불안한 일부 식구들은 금·달러를 사고 아예 가출(家出)까지 한다.

제일 큰 잘못은 식구들을 둘로 쫙 갈라놓은 것이다. '국이' 같은 애들을 편애하고 자기편만 챙기니 식구들이 마음을 합치기 어렵다. 누가 맞는 소리를 해도 듣는 시늉만 할 뿐 고치지는 않는다. 부부가 왜 그렇게 자주 외국에 나가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똥 피하려다 지뢰 밟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남은 2년 5개월을 어떻게 버틸지 식구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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