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권용정(1801~1861) '부상휴식'

미술사 연구자

비단에 담채, 16.5×13.3㎝, 간송미술관 소장 비단에 담채, 16.5×13.3㎝, 간송미술관 소장

'부상휴식(負商休息)'의 소재나 화풍은 조선후기 화원 풍속화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관풍찰속(觀風察俗)의 감상용이라기보다 동시대 한 직업인을 그렸다는 다큐의 느낌을 준다. 생업이나 놀이를 전시하는 방식의 장면이 아니라 지게를 진 채 잠시 다리쉼을 하는 가감 없는 모습인데다, 측면에서 포착한 옆모습이어서 표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배경 없이 인물만으로 화면을 구성한 점, 부드럽고 구불구불한 필선, 담채로 은은하게 생기를 준 채색법 등 김홍도의 풍속화와 닮았다.

백문방인 '의경지장(宜卿之章)'이 찍혀 있어 자를 의경이라고 했던 권용정의 그림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세창 선생은 『근역서화징』에서 "산수를 잘 그렸고 화법이 자못 굳세고 건장하며 맑고 깨끗한 기운이 있다."고 하여 '경건청쇄(勁健淸灑)'를 권용정 필치의 특징으로 꼽았다. '부상휴식'이 권용정의 그림으로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권용정은 호가 소유(小游)이며 청풍부사를 지냈고 「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를 비롯해 7권의 유고를 남겼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권용정의 「한양세시기」는 정월 초하루부터 섣달 그믐날까지 32개 항목으로 그가 직접 관찰한 서울의 연중 풍습과 놀이를 기록한 글이다. 내용은 간략하지만 다른 세시기류가 중국의 세시기, 고사(故事), 한시 등을 인용하며 우리 풍속을 중국과 연관시키려 한데 비해 실상이 충실하고 객관적이라고 한다. 이 '부상휴식'처럼 자신이 직접 본 현장을 기록한다는 관점은 저술에도 일관되었던 것 같다.

이 부상은 우리 살림살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던 옹기를 파는 장수이다. 넓적한 독 뚜껑 겸용 자배기 두개를 마주 포개고 그 위로 자배기를 크기 순서대로 겹쳐 쌓았다. 독 뚜껑과 자배기는 특히 잘 깨트려먹는 그릇이라 늘 수요가 많았다. 이렇게 재어서 지게에 지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집을 찾기도 하고, 장시가 열리는 장날에는 장터에서 고객을 기다리기도 했을 것이다. 이 때 지게는 운반도구인 동시에 진열 장치이다. 여자들에게 옹기가 그랬던 만큼이나 양반 이외의 많은 조선 남자들에게 지게는 생필품이었을 것이다. 사람과 동물을 비롯해 거의 모든 것을 날랐던 지게의 운반력에 놀란 서양인들은 처음 보는 이 도구의 모양이 영어 알파벳 에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에이 프레임(A-frame)'이라고 불렀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듬성한 한 상인을 화면에 꽉 차게 그렸다. 노란 모자는 보부상들이 썼던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결어 만든 패랭이이다. 짧은 곰방대를 쭈글쭈글해진 낡은 패랭이에 꽂고 다니던 모습, 폭이 넓은 한복 바지를 종아리에 행전을 쳐 걷기 좋게 싸맨 모습, 벗겨지지 않게 발등 위로 들메끈을 동여맨 모습 등 당시 행상의 차림이 실감난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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