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전전반측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한 해를 되돌아보거나 새해 소망을 글자로 풀어보는 이벤트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은 2018년 사자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해 우리 사회 분위기나 정치·경제·안보 등 각 분야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도움을 주었다.

올해 연초 신문 지면을 장식한 한자 성어 '마고소양'(麻姑搔痒)도 마찬가지다. 마고소양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직장인과 구직자, 자영업자 등 보통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로 접어들자 매체마다 예외없이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설문이 줄을 잇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968명에게 물었더니 '올해의 사자성어'로 가장 많이 손꼽은 것은 '전전반측'(輾轉反側)이었다.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으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근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현대인의 심경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

'많은 노력에도 이룬 것이 별로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과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꼽은 이도 많았다. 선택 순위가 높은 이 한자 성어들을 살펴볼 때 2019년 한 해에 대한 평가가 대체적으로 긍정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나름으로 노력하고 애를 쓴 만큼 결실이 따르지 않았거나 의지할 데 없이 홀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처지임을 말해준다.

특히 전전반측은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실린 시 '관저'(關雎-물수리가 울다)의 한 구절이다. '구하여도 찾지 못해(求之不得) 자나깨나 생각하네(寤寐思服)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悠哉悠哉) 잠 못들고 뒤척이네(輾轉反側)'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생각하며 잠을 설치는 상황을 표현했지만 근심 때문에 속을 태우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내년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쥐의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새 각오를 다지게 마련이다. 우리 삶의 여건이 갑자기 확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나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한 해를 착실히 준비한다면 내년 이맘때는 보다 긍정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성어가 뽑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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