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열광하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답다

이상일 시인·수필가

이상일 시인·수필가
이상일 시인·수필가

매주 한 편씩 방송하는 KBS '인간극장'과 일요일 점심 때마다 전국에 울려 퍼지는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열광하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답고 값지다'는 것을 느낀다. '인간극장'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까지 5부작으로 잔잔하게 우리의 이웃들이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전국노래자랑'은 일요일 낮마다 전 국민이 즐겨 들을 수 있는 이웃의 노래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매주 휴먼드라마 한 편을 보면서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결같은 공통점은 묵묵히 자기 직분에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고 진솔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더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긴 인생을 비록 5편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도 있지만 그래도 TV란 창을 통해 그분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과 그 과정에서 겪은 갖가지 고통과 갈등 등이 엮여 한 편의 인간드라마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을 가진다.

'인간극장'을 통해 보여주는 매주 1편씩의 이야기는 다소 극적인 감동은 없을지 몰라도 정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삶을 보여주기에 오래 장수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배움과 남녀와 세대를 떠나 공통적으로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와 헌신과 봉사의 가족애는 이웃과 자연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가슴이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짧은 인생에 있어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습들을 어찌 다 보고 경험해 볼 수 있으리오? 이런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나 곳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진실은 통하는 법이기에 이들이 엮어내는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보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느끼게 한다.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또 하나는 '전국노래자랑'이다. 우리의 이웃들이 지방 축제의 장에 모여 같이 쉽게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세대 간, 남녀 간, 지역 차이의 갈등이 심한 요즘이지만 이 모든 것을 허물고 한자리에 온 세대가 어울려 무슨 노래를 부르던 간에 같이 들어주며 웃고 호흡할 수 있는 화합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저마다 숨은 끼와 장기를 가지고 나와 가족은 물론 이웃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수십 년을 이어오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도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 압축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소 작위적인 설정은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보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진실성의 위대함이 이런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는 이유라고 본다. MC 송해 사회자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장점이자 약점이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프로그램이 세계사적으로도 없을 정도이다.

위대하고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의 강연이나 토론도 물론 유익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애환을 함께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인간극장'과 '전국노래자랑'이라고 본다.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이웃의 웃음과 애환과 삶의 진솔된 모습에 진정한 격려와 박수를 보내며,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가야 할 진정한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열광하는 삶보다는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답고 값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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