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따로] 라떼는 말이야(Latte is a horse)!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라떼는 말이야'(Latte is a horse)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커피와 우유를 섞은 맛있는 라떼가 말(horse)이라니, 말(wording) 같지도 않은 말처럼 들린다. '라떼는 말이야'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의 풍자적 표현이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과거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확신하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며 훈계하는 사람들을 희화화한 표현이다.

선배가, 어른이, 유경험자가 도움을 주기 위한 조언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후배를, 나이 어린 사람을,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을 자기의 뜻대로 바꾸려거나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는 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그런 사람일수록 인지편향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지편향'은 개인이 자신, 타인, 상황, 환경에 대한 해석과 판단에 있어서 잘못된 방식으로 현실을 지각하는 현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천 가지의 결정을 한다.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라는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자신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의 인지(認知)는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하다. 현실을 지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데, 정보 처리 과정에서 현실을 왜곡해서 인식하고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인지편향이라고 한다.

인지편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사람들은 자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 사고 체계, 믿음, 생각 등과 일치하는 정보만 듣고 믿으려는 편향이 있는데,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과 판단, 기대에 합치하는 확증적인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편향된 인식 방식을 말한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부합하는 증거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반대되거나 부정하는 증거는 적극적으로 무시하거나 부인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정보나 전혀 새로운 정보를 잘못된 정보로 인식하고 무시해버린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확증편향의 원인은 자기만의 논리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도, 집단도, 국가도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부정도, 다른 정치 진영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도, 특정 연예인에 대한 악플과 조롱도 일종의 확증편향이다. 2019년 1월 필자가 매일신문 칼럼을 시작하면서 쓴 첫 칼럼의 주제는 '말의 잔치'였다. 대표적인 보수와 진보의 논객인 홍준표와 유시민의 유튜브 방송이 칼럼 주제였다. 우리 사회가 자신과 입장이 다른 타인과 집단을 이해하고 대화가 가능해질 수 있는 말의 잔치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금 인터넷 공간은 확증편향의 1인 매체들이 유튜브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내가 몇 번 검색만 하면, 유튜브는 나의 성향을 분석하여 이전에 보았던 내용과 유사한 방송이나 프로그램들을 친절하게 리스트업해서 준비해놓는다. 공중파도, 종편도 이제 더 이상 정보의 제공과 해석의 근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만을 걸러서 알아서 제공해주니 보고 있노라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1인 매체라는 방송의 특성상 더 자극적인 정보와 판단이 재생산되면서 더 많은 확증편향들이 확대된다.

심리학자 니커슨(R. Nickerson)은 확증편향은 매우 강력하고 침투성이 좋아서 개인, 집단 또는 국가 차원에서 발생하는 온갖 논쟁과 오해, 갈등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판을 치는 한국 정치와 사회를 정확하게 갈파하는 표현이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라는 이해인 시인의 말을 기억하자.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지 말고 라떼, 커피, 홍차, 주스 중 어떤 것을 원하는지 먼저 물어보자. 가치, 신념, 취향이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2020년에는 많아지길 바라며 2019년의 칼럼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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