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독도 후일담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 전 주 핀란드대사 / 법학박사(국제법)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동해'일본해 병기 2012년 UN 회의
독도 문제로 갑자기 영토 논쟁 비화

확실한 영토주권을 행사하는 독도
분쟁없이 영유권 기간 길수록 유리

2012년 8월 10일은 필자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필자는 당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10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에 수석대표로 참석 중이었다. 유엔지명표준화회의는 각국의 지명 표준화 정책 및 지명 표기법 등을 논의하기 위하여 5년마다 개최되는 국제회의다.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해'로 표기된 '동해' 이름을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되도록 하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였다.

그러나 회의 이틀째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 국토지리원이 제작, 배포한 '지명의 국제적 표기 지침서'에 표기된 'Dokdo'에 대하여 일본 대표가 회의 석상에서 공식 항의를 했다.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 정부 기관이 발행한 책자에 마치 한국 영토인 것처럼 'Dokdo'로 표기한 데 대하여 강한 유감을 표하며, 시정을 요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삼가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지명을 다루는 회의가 영토 논쟁으로 비화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국제회의를 마치고 나면 회의 석상에서 오간 발언을 요약, 정리한 최종보고서(Final Report)를 채택한다. 일본 대표가 독도 영유권 관련 자신의 발언을 최종보고서에 넣어 달라는 것이다. 일본 측은 한국 측의 반박 요지도 같이 넣어도 좋다면서, 독도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fact)로서 당연히 최종보고서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을 감안할 때, 독도 분쟁 사실을 입증하는 영유권 논쟁을 최초로 유엔문서에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필자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일 간 이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8월 9일 종료키로 되어 있던 회의 일정이 8월 10일까지 하루 더 연장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일본 대표단과의 비공식 회담이 열리기로 돼 있던 8월 10일 아침(뉴욕 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측 입장은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었고, 양측 간 타협의 여지는 사라졌다. 의장은 한일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 표결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지금까지 컨센서스로 채택하던 관례를 깨게 돼 몹시 유감스럽다는 말과 함께.

필자는 표결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내적으로는 엄청난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원수가 독도를 방문한 바로 다음 날, 유엔에서 독도 관련 표결을 해서 패배하였다는 언론 보도가 신문 1면을 뒤덮을 경우는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치열한 협상 끝에 독도 관련 문안은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하고, 대신 빈 괄호만 남겨두기로 합의하였다. 의장은 총회 석상에서 "관계 당사국이 합의된 문안을 가져오면 그 문안으로 빈 괄호를 채워 넣기로 하고 최종보고서를 잠정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함께 고생했던 모든 대표 단원들과 함께 목청껏 만세를 외쳐 부르고 싶은 순간이었다. 군인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전공으로 알려지지만, 외교가 성공해서 전쟁을 방지하면 이 성공한 외교는 아무도 모른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재확인한 교훈이 있다. 국토지리원의 지명 표기 지침서 발간은 큰 성과지만, 이 지침서를 굳이 회의 석상에서 배포해 일본의 도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일본이 그동안 자제해 오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주장까지 하며 격렬히 반응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확실한 영토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시간은 우리 편이다. 평온 무사한 상태에서 우리가 영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우리에게 유리하다.

일본 측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여야 하겠지만, 우리가 일본 측을 자극할 행동을 먼저 할 필요는 없다. 독도 대응의 기본 전략이다.

관련기사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