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신청사 유치경쟁이 달라졌다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대구시 신청사를 유치하기 위한 기초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14일 한 신청사 후보지 입구에 '여기가 딱이야!'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구성한 뒤 다음 달 말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시 신청사를 유치하기 위한 기초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14일 한 신청사 후보지 입구에 '여기가 딱이야!'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구성한 뒤 다음 달 말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주장만 앞세운 전투적 구호 대신
간결하고 공손한 현수막에 미소

지자체 장점과 매력 앞세운 경쟁
시민의 관심과 참여 긍정적 효과

대구시 신청사 유치 경쟁이 달라졌다. 신문이나 TV광고를 보면 한번씩 빙긋이 웃음이 난다. 거리의 현수막을 볼 때도 그렇다. 그동안 대구시의 이런저런 광고를 볼 때마다 고구마 100개쯤 먹은 듯했던 답답함이 한번에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청량할 수가 없다. 달서구, 달성군, 북구, 중구(가나다순) 모두 그렇다. '우리 지역에 신청사를 지으면 뭐가 좋은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난잡한 레이아웃도 없고 '캘리그래피'의 남용도 없으며 뜬금없는 사투리, 유치한 말장난도 없다. 그리고 빽빽하게 제 할 말만 때려 넣어 코앞으로 들이미는 위압도 없다. 간결하고 산뜻하며 공손하다. 눈길을 끌고 마음을 붙잡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봄만 해도 구호로만 채워진 전투적인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홍보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거꾸로 '공론화위원회'가 '공론'을 막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었고, 심지어 이미 정해 놓고 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또 저러다 말겠지' 하는 시선들이 많았다.

2004년 이래 두 번의 시도와 크고 작은 논의들이 모두 흐지부지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장소와 비용이 걸림돌인 터라 필요성 같은 걸 강조해봤자 달라질 게 없었다. '있던 자리에 다시 지어야 한다'와 '옮겨서 새로 지어야 한다'로 공방만 계속 오갔다.

단체장이라면 누구라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의 시청이 좁고 대구시의 격에도 안 맞는 건 알지만 잘못 나섰다간 돈 많이 쓴다고 괜한 욕만 먹을 수 있는 데다 자칫하면 청사 건립을 둘러싼 분란의 책임마저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권영진 시장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1년이 안 된 지금, 놀랍게도 신청사 건립 예정지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장 15년을 끌어온 일인데 말이다. 4월에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으니 7개월 남짓 만에 여기까지 온 셈이다.

출발부터 이번엔 좀 달랐다. '공론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은 '오직 시민의 뜻대로'를 대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새로운 시청이 어디에 어떻게 지어질 것인가는 모두 시민의 뜻과 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과 달리 북구와 중구에 더해 달서구와 달성군이 경쟁에 참여했다. 대구의 미래를 짓는 일, 신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더 커졌다.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에서 시민을 향해 호소하고 설득하는 것으로 신청사 유치 활동의 흐름도 바뀌었다.

당연히 광고도 달라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 된 광고들이 등장했다. 사실, 대구의 홍보는 진작부터 이래야 했다. 시민에게 가 닿으려는 절실한 마음, 그게 보였어야 했다. 광고의 본질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진심이고 광고의 힘도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론화위원회의 '광고 횟수 제한'이 그런 절실함을 더욱 증폭시켰다.

제대로 된 광고들은 신청사 유치 경쟁에 참여한 지역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었다. 그래서 달서구가 대구의 요충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달성군이 대구의 절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북구가 지닌 잠재력과 장점도 알게 되었으며, 중구가 대구의 중심이라는 것도 새로운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이렇듯 스스로의 장점과 매력을 앞세운 경쟁은 각각의 '다름'이 브랜드로 이어지고 그것이 강화되고 확산되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이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각 지역의 차별화된 유치활동, 대구시와 공론화위원회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대구시의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건 새로운 청사 건립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도가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구다운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혀 서성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만간 겪게 될 경쟁의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선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대구시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시민이 다함께 이기는 신청사 유치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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