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를 부탁해? 이제는 악어를 부탁해!

악어(crocodile)의 X-ray 검사 (사진출처: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악어(crocodile)의 X-ray 검사 (사진출처: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면서 돌보는 동물의 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악어와 같이 특이한 매력을 가진 야생동물과 함께 사는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려동물 악어가 감기로 내원했다. 악어는 몸길이가 150cm 정도 되는 두 살 령의 어린 개체였다. 평소에는 이틀에 1번 닭고기 등의 생고기를 즐겼지만 2주 전부터 밥을 안 먹고 히싱(파충류의 기침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폐렴은 아니었지만 비강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위 안에서 많은 돌이 발견됐다.

야생동물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육 환경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보호자는 악어 입양 당시 몸 길이 80cm에 부합하는 대형 수조(150cm)와 일광욕을 대신할 수있는 UBV등과 보온을 위한 자동 히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몸길이가 160cm로 자라 버린 악어에게 기존의 공간은 협소했으며 일광욕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육지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더욱이 10월 말 겨울을 앞두고 낮아진 기온은 열대성 동물인 악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악어와 같은 변온동물은 기온이 27도 이하로 떨어지면 체온이 낮아져 신체 대사가 억제되는데 이때 소화가 힘들어지며 장기화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수조 환경은 일순간 히터 작동이 멈추었을 때 급격한 체온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악어 치료를 위해서 약물치료와 더불어 환경 개선이 시급했다. 실내 환경을 30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육장의 크기를 몸길이(160cm)의 3배 이상으로 넓혀주고 따뜻하게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육지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달라고 조언했다.

악어는 알이 부화되는 과정에서 주변 온도에 의해 성별이 결정된다. 악어는 알이 부화되는 과정에서 주변 온도에 의해 성별이 결정된다.

상담을 마치면서 보호자가 악어의 성별에 대해 물었다. 어린 악어는 외관상 성별 구분이 어렵지만 대신 알을 부화시킨 브리더는 성별을 알 거라 귀띔했다.

매우 특이하게도 동물 중에는 성염색체가 없는 종이 있다. 악어를 포함하여 일부 파충류와 일부 거북 품종에서 관찰되며 알이 부화하는 과정의 온도에 따라 TRPV4라는 유전 단백질에 의해 성별이 결정된다.

부화 과정에서 알의 온도가 32~34도일 땐 수컷으로 태어나며, 32도 이하이거나 34도 이상이 되면 암컷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악어알을 인공적으로 부화시키는 브리더는 온도를 조절해 악어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

조이 헤니(미국)씨가 구조한 3마리의 새끼악어 중 한 마리였던 왈리(악어)는 마치 강아지처럼 주인을 따른다고 한다. (사진출처: AP통신) 조이 헤니(미국)씨가 구조한 3마리의 새끼악어 중 한 마리였던 왈리(악어)는 마치 강아지처럼 주인을 따른다고 한다. (사진출처: AP통신)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악어를 비롯하여 특이한 야생동물들을 반려동물로 기르기도 한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가정에서 잘 돌보기 위해서는 투자와 헌신이 필요하다. 해당 동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서식 환경을 자연에서의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하게 갖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계절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실외에서 열대지방이나 한대지방의 야생동물을 키우기엔 부적절하다. 그나마 작은 개체라면 서식지 환경과 유사한 인공 사육장을 마련해 줄 수 있겠지만, 체형이 큰 야생동물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넓은 공간과 유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희귀 동물을 키워보겠다는 갈망으로 입양을 결정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동물을 위험에 빠트리고 학대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상기하자.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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