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사람의 향기(상)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그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은 꽤나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거니와 아직은 나이가 환갑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그 여자는 ○○ 씨의 아내였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좀 어수룩한 ○○ 씨는 결혼 초부터 아내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채 고양이 앞의 쥐처럼 지냈다고 한다. 주로 아낙네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시골소문이라는 게 워낙 과장과 왜곡이 심해 그다지 믿을 바는 못 되지만, 남편을 올라타고 두들겨 팼다는 이야기는 보통이고 그 여자가 술이 취해 마을의 가장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센 아저씨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던 그녀가 남편과 함께 1톤 트럭으로 친정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급커브 길에서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낭떠러지 아래에 굴렀는데 남편은 죽고 여자는 중상을 입고 겨우 살아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을 사람들은 흉을 보면서도 여자 혼자서 아이 둘을 어떻게 키우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혀를 차며 걱정을 하였다. 아무리 여자가 마을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였던 것이다.

혼자서 어렵사리 살아가더니 어느 날 부터인가 낯선 남자와 손을 맞춰 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놉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집에 살면서 계속 농사일을 같이 하는 걸 보고 그런 사이인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자는 혼기를 놓친 총각이었으며 어려서부터 남의 집 꼴머슴부터 시작해 비록 공부는 못했지만 농사일에는 거의 달인 경지에 올라 있었다고 했다.

여자 입장에서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자는 남자 앞에서는 나긋나긋 순한 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 난폭(?)한 여자를 휘어잡아 꼼짝도 못하게 하는 그를 보고 "역시 꿩 잡는 게 매!" 라며 천적은 따로 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어쨌든 의기투합한 그들은 남의 땅을 얻어 부치면서 많은 토지를 경작하게 되었다. 고소득 작물인 마늘과 고추의 주산지여서 힘은 들지만 부지런히 농사만 지으면 소득이 높았다. 돈이 모여졌고 아이들도 남부럽잖게 키울 수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도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무슨 갈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여자가 남자를 내치려고 했던 것이다. 자기 통장도 없이 오직 일만 열심히 했던 남자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때 아들들이 나서서 "아버지에게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 라며 제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미 사내아이로 장성한 아들들이 자기들을 키워준 의붓아버지에게서 강한 부정(父情)을 느꼈음에 틀림이 없다.(하편에 계속)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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